[이성필기자] "평가전이잖아요. 평가전은 우리 장, 단점 알아내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2004 아테네 올림픽 8강을 이루고 2012년 울산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제조했던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이번 스페인-체코 원정 2연전에 나선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단장을 맡아 슈틸리케호의 그림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동안 협회 부회장이 된 뒤 수 차례 대표팀 원정 경기 단장 역할을 고사했던 그는 이번에 중책을 수락한 뒤 말없이 선수들을 지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1일 스페인전 1-6 참패에 대해 김 부회장은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스페인전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나 본선 조별리그였다면 정말 큰 위기였겠지만 평가전 아닌가. 무엇이 제대로 됐고 개선을 해야 할 부분은 얼마나 있는지 빨리 알아내서 회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조심스럽게 조언을 꺼낸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표선수들은 이날 스페인전이 열렸던 악몽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떠나 체코 프라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전세기에 탑승하기 위해 잘츠부르크 공항에 도착해서도 다들 경직된 표정이었다.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동행하는 원정 응원 팬들의 사인 요청에 응대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생각이 많았는지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스페인전 후 선수단끼리 따로 모여 미팅을 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등 무엇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복기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스페인전 후 국내 여론이 싸늘한 것도 선수들에게는 압박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동 하나가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축됐다. 실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스페인전 교체 아웃 직후 벤치에 수건을 던지며 분노했던 것은 자기 자신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었지만 마치 감독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처런 비쳐졌고 많은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대표팀 관계자는 "손흥민은 벤치로 들어오면서 감독에게 인사를 하고 동료들에게도 아쉽다는 표현을 했다. 그런데 (수건을 던진 일로) 오해를 받은 것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라고 전했다. 손흥민도 자신이 국가대표팀에 대한 애착이 강해 비롯된 행동이라며 직접 사과했다.
그러나 체코 프라하 도착 후 선수단은 활기를 찾았다. 이날 훈련에는 18명이 함께 했다. 기성용은 무릎에 피로를 느껴 호텔 수영장에서 회복운동에 집중했고 남태희(레퀴야)는 결혼을 위해 국내로 복귀했다.
프라하에서의 첫 훈련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소리를 지르며 달라지겠다는 몸부림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프리킥 연습을 하다가 동료들과 골대 맞히기 놀이를 하는 등 스페인전 충격을 빨리 털어내겠는 의지를 보였다. 공간을 만들어 패스를 주고 받는 훈련에서도 선수들의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6골이나 내주며 충격에 빠졌던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말없이 땀을 흘렸다. 차상광 골키퍼 코치는 "실수가 겹쳤던 것이 사실이다.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주겠지만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은 온전히 (김)진현이의 몫이다.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이뉴스24 프라하(체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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