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동생을 위해서라면.' SK 와이번스 투수 메릴 켈리는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 타이어뱅크 올스타전' 식전 행사인 올스타 번트왕에 참가했다.
켈리가 번트를 대기 위해 타석에 나왔는데 마운드에서 배팅볼을 던져주는 이가 눈에 띄었다. 켈리와 외모가 비슷했다. 알고보니 켈리보다 두 살 많은 친형인 리드 켈리(1986년생)였다.
형인 리드는 올스타전 전날(15일) 밤 한국에 도착했다. 여행을 겸해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동생을 오랜만에 만나기 위한 방한이었다.
형은 동생이 KBO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한다는 얘기를 그 전에 들었다.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고 번트왕 이벤트에 동생이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배팅볼 투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리드 씨도 야구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야구를 떠나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동생과 마찬가지로 투수로 뛰었다.
당초 켈리의 타석에서 공을 던지기로 한 이는 따로 있었다. 넥센 히어로즈에서 불펜포수로 있는 염은호 씨다. 켈리는 SK 구단을 통해 공을 던져주는 이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구단은 올스타전을 주관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를 물어봤고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켈리의 형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이날 마운드에 올라 동생에게 공을 던졌다.
리드 씨는 "미국에 있을 때 동생이 뛰는 경기를 자주 못봤지만 나중에라도 등판 결과를 확인하곤 했다"며 "동생에게 조언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던지고 볼넷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켈리의 형에게 배팅볼을 양보한 염 씨는 "괜찮다"며 "형제가 나란히 타석과 마운드에 서 있는 장면도 볼거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올스타전이 열리지 않았다면 염 씨도 짧은 기간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그런데 홈구장에서 큰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이틀 동안 모두 출근한 셈이다.
염 씨는 "정식 선수는 아니자만 가까이서 올스타전 행사를 지켜보고 동참할 수 있었다"며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우리팀 홈구장에서 큰 행사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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