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원톱을 세워야 하나, 투톱을 세워야 하나.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의 괴력 때문이다.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30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파카엠부 스타디움서 스웨덴과 올림픽을 앞둔 최종 평가전을 치렀다.
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 스웨덴은 한국이 본선 2차전에서 만날 독일에 대비한 가상의 상대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와 동유럽 귀화 선수가 섞여 있는 스웨덴은 우월한 피지컬을 보유해 한국의 고전이 예상됐다. 실제 전반 15분까지의 볼 점유을은 35%-65%로 한국이 많이 밀렸다. 25분 상대 기습공격에 선제 실점을 하면서 어려움이 더 가중됐다.
그러나 원톱 황희찬이 빛나기 시작했다. 30분 권창훈(수원 삼성)에게 두 차례 슈팅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이어주며 이타적인 플레이에 앞장섰다. 최전방에서 수비에도 적절히 가담해주며 스웨덴의 전진을 막았다.
황희찬의 진가는 41분에 나왔다. 한국이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든 후였다.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볼을 잡은 황희찬을 스웨덴 수비 두 명이 에워쌌다.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았지만 기술적으로 수비 머리 위로 볼을 넘긴 뒤 두 수비 사이를 뚫고 나왔다. 이어 낮고 정확한 패스로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의 역전골을 도왔다. 황희찬의 기술과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후반 9분 류승우(레버쿠젠)의 추가골에는 황희찬이 다시 지능적인 움직임으로 수비를 무너뜨렸다. 두 명의 중앙 수비가 황희찬에게 시선을 뺏기자 류승우가 벌어진 공간을 찾아갔다. 황희찬은 지체없이 패스를 했고 류승우가 슈팅해 쐐기골을 넣었다. 원톱다운 역할을 제대로 해낸 황희찬이었다.
30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순식간에 수비 두 명을 두고 볼을 잡아 허물어버린 뒤 페널티지역까지 들어가는 드리블과 슈팅을 보여줬다. 슈팅이 골키퍼 다리에 맞고 나와 아쉬움이 있었지만 유럽에서 키운 힘을 과시했다.
신태용호에는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원톱 자원 석현준(FC포르투)이 있다. 석현준도 오랜 유럽 생활로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황희찬과 비슷한 유형의 원톱 자원이다. 석현준이 흉부 타박 부상에서 컨디션을 되찾는다면 신 감독은 누구를 먼저 내보내야 할지를 놓고 코칭스태프와 치열하게 토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놀라운 점은 황희찬이 프리시즌 소속팀 잘츠부르크에서 제대로 출전 기회도 얻지 못하고 왔다는 점이다. 몸은 만들어졌어도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지난 1월 카타르서 치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기량 그대로였다. 후반 42분까지 뛴 황희찬은 석현준과 교체돼 물러났다. 황희찬 덕분에 이번 리우 올림픽 신태용호에 재미있는 원톱 경쟁이 시작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