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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韓영화 흥행 배턴 이어받는다


손예진X박해일 호흡 빼어나

[권혜림기자] 영화 '덕혜옹주'가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 흥행 배턴을 이어받을 전망이다. 영화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지만 깊숙히는 모르는 근대사의 한 켠, 실존했던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다. 잔잔하면서도 매끄러운 서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가 시끌벅적했던 여름 극장가에 조용한 감동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제작 호필름)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다. 2009년 발간된 베스트 셀러 소설 '덕혜옹주'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역은 배우 손예진이 열연했다.

영화가 원작으로 한 창작물은 동명의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 역시 실화에 기반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영화 '덕혜옹주'의 상당 부분은 한국 근현대사의 실제 사건들에 의존한다. 허진호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배경을 알리며 덕혜옹주의 삶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이 짙은 잔상을 남겼다고 밝힌 바 있다.

실화에 상상력을 가미해 '팩션' 드라마를 표방한 '덕혜옹주'는 애초 짧게 공개된 예고 영상과 영화에 대한 풍문 탓에 독립운동과 관련한 한국 근대사를 왜곡하는 이야기가 아닌지 우려를 사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배급 시사와 일반 시사를 통해 영화가 공개된 뒤 이같은 시선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극의 재미를 위해 확대되거나 삽입된 사건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우리 독립운동사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거나 비난을 살 만한 지점은 아닌듯 보인다. 극 중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 덕혜옹주가 망명 작전에 함께 하거나 아이들을 위한 한글학교를 세우는 이야기 외에, 덕혜옹주와 독립운동 단체의 결속을 무리하게 연출하지 않은 덕이다.

시대의 격랑 아래 비극으로 휘몰아쳤던 덕혜옹주의 삶은 심지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라는 타이틀을 떼어 놓고 보아도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황족 이덕혜이기에 앞서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당대를 살아내야 했던 인간 이덕혜의 삶이 보편적 감흥으로 이어진다.

영화적 설정을 빌린 독립운동가 김장한(박해일 분)과 덕혜의 관계 역시 영화를 보는 재미다. '멜로 거장' 허진호 감독의 터치 아래 빚어진 절제된 로맨스가 몰입감을 더한다. 덕혜 역 손예진과 김장한 역 박해일, 두 베테랑 배우의 첫 만남이 기대 이상으로 강렬하다. 두 캐릭터의 조화는 물론, 각자의 연기도 긴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빼어나다.

신린아와 김소현, 두 아역 배우가 유년기 덕혜를 무리 없이 연기해낸데 이어 손예진은 장성한 덕혜의 삶을 넓은 스펙트럼으로 그려냈다.

굴욕적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 뒤 정혼자였던 장한과 재회하는 순간, 위기의 순간에도 장한과 서로를 보듬으며 옅은 미소를 내비치는 장면 등에선 손예진의 특기라 할 만한 멜로의 향기가 짙게 풍겨난다. 하지만 해방 후 입국을 거부당한 뒤 정신을 놓아버리고 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면서는 그야말로 광기어린 표정으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김장한 역 박해일은 '덕혜옹주'를 통해 기민하고 정돈된 독립운동가의 이미지를 근사하게 창조해냈다. 장한은 덕혜에게 믿음직한 친구이자 동료인 동시에 애잔한 연정의 눈빛 역시 보내오는 인물.

장한과 덕혜의 가슴시린 인연이 영화의 정서를 가로지르는만큼, 박해일과 손예진의 연기 호흡을 기대한 관객들이라면 영화에 한 뼘 더 높은 점수를 줄 법하다. 영화의 화자가 돼 '은교'에 이어 또 한 번 노역을 연기해 낸 박해일의 열정 역시 칭찬해 마땅하다.

영화 '부산행'과 '인천상륙작전'이 각각 좀비 블록버스터와 전쟁 첩보물로 극장가를 호령했다면, '덕혜옹주'는 보다 잔잔하면서도 가슴 찡한 드라마로 관객을 찾을 전망이다. '덕혜옹주'가 쟁쟁한 여름 대작들 사이에서 흥행 축포를 쏘아올릴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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