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는 7월 막판 큰 위기에 빠졌다.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시즌 내내 독주하던 1위 자리를 NC 다이노스에 잠시 빼앗기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좋았던 운은 7월로 끝났다. 이제부턴 잡아야 하는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위태로워 보였던 8월. 그러나 두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파란 상승세를 다시 탔다. 순풍에 돛단 듯 경기가 술술 풀리면서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4경기를 치른 한 달간 승률 6할6푼7리(16승8패)로 2위 LG 트윈스(0.615, 16승10패)와 함께 독보적인 8월을 보냈다. 부진했던 7월 성적(0.429, 9승12패, 7위)에 비하면 흠잡을 데가 하나도 없다. 더구나 주축 셋업맨 정재훈, 마무리 이현승, 오른손 파워히터 에반스를 부상으로 상당기간 잃은 상태에서 거둔 성적이다.
두산의 '반전' 뒤에는 우선 짠물피칭이 큰 힘이 됐다. 월간 평균자책점 4.40(1위)에서 알 수 있듯 고민거리이던 마운드가 크게 안정됐다. 원래 탄탄했던 선발진에 윤명준, 고봉재, 김성배의 불펜 트리오가 안정적으로 경기 후반을 막아냈다. 여기에 우완 정통파 김강률이 가세하면서 최대 약점이던 불펜이 '믿을 수 있는' 보직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타선의 폭발적인 타격이 살아나면서 팀에 날개를 달아줬다. 특히 한동안 사그러들었던 장타력이 적시에 터지면서 매 경기 수월한 운영이 가능해졌다. 두산 타선은 8월 한 달간 타율 3할2리 39홈런 181타점에 OPS 0.890을 기록했다. 월간 최다홈런에 OPS 역시 1위다.
두산 타선의 재약진은 역시 '라인업의 척추'인 김재환과 오재일 두 쌍포가 이끌었다. 특히 김재환은 8월 한 달간 타율 3할8푼5리 9홈런 35타점으로 무섭게 살아났고, 오재일 또한 타율 3할8리 7홈런 25타점으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김재환과 오재일은 8월 동안 팀홈런의 41%를 합작했다. 8월 맹타를 바탕으로 김재환은 시즌 33홈런을 기록하며 홈런레이스 선두 테임즈(NC, 39개)와 2위 최정(SK, 34개)을 맹추격하고 있다. 오재일 또한 개인 첫 20홈런에 1개 차로 다가섰다.
여기에 시즌 내내 가장 꾸준한 박건우도 월간타율 3할2푼9리 4홈런 13타점으로 힘을 보탰고, 부상에서 복귀한 에반스는 8월 마지막 경기인 30일 잠실 한화전에서 멀티홈런을 쳐내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1일 현재 두산은 시즌 승률 6할4푼4리(76승42패1무)로 2위 NC(0.600)와 6경기차를 유지하고 있다. 잔여시즌 25경기를 남겨둔 두산은 앞으로 5할 승률만 유지하더라도 지난 1995년 이후 21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하다. 김 감독은 8월 한 달간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 여기까지 왔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8년 연속 100만관중을 기록하는 등 경사가 겹친 8월을 보낸 두산이 구단 사상 2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막판 스퍼트를 시작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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