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폭탄 터졌다…선수, 구단 직원 등 21명 검거

[정명의기자] 프로야구를 뒤흔들 승부조작 폭탄이 터졌다. 선수와 구단 직원 등 21명이 검거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수사과(총경 박승환)는 7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대강당에서 프로야구 승부조작에 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다. 선수는 물론 구단 직원까지 포함된 무려 21명이 무더기로 잡혔다.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과 브로커 2명 등 19명이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2014년 KBO리그 경기에서 1회 고의볼넷 등의 수법으로 승부조작을 하고 총 7억원 상당의 베팅을 한 혐의다.

또한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소속 구단에 범행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해당 선수를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해 10억원을 편취한 구단 관계자 2명도 입건했다. 이들에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10억원은 특별지명에 따른 보상금을 말한다.

구속된 브로커 A(32) 씨는 불법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게 되자 평소 친분이 있던 프로야구 선수 B(24) 씨에게 2회에 걸쳐 300만원을 주고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경기 일정 및 방법 등을 협의한 후 함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베팅했다.

프로야구선수 C(26) 씨도 브로커 D(31) 씨로부터 불법 베팅을 해 딴 돈을 나누는 조건으로 승부조작을 제의받고 실행 대가로 300만원과 향응을 제공받았다.

또한 E(27) 씨는 공익근무 당시 생활이 곤궁하자 같은 팀 선수들에게 '1회 첫볼·첫타자 볼넷'을 던지거나 '헛스윙'을 해달라며 승부조작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해 미수에 그쳤다.

승부조작 은폐 혐의를 받은 F구단은 '2014년 당시 소속 선수인 C,E가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시인하자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으을 우려해 KBO에 보고 없이 내부회의를 통해 이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 C선수를 '자질은 우수하나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없고 코치진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짓 사유로 보호선수 20인에서 제외, 신생구단이 특별지명하게 한 것.

이 밖에도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와 친분이 있는 사회 선후배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각 20만원~2억3천만원을 베팅하는 등 총 7억원 상당의 도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측은 "검거된 선수들이 1회 볼넷으로 승부조작을 함으로써 마치 몸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감독이나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범행이 이루어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건전한 스포츠 정신과 사회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승부조작 사범 및 불법 도박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