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하루 쉬고 입대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수원 삼성-FC서울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전 기자회견에서 유독 수원 측면 수비수 홍철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원래 말이 짧은 선수라 그러려니 했지만 알고보니 이날 오전 상주 상무의 최종 합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오른 영향이 있었다.
홍철은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A컵 결승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올해 발목 부상으로 힘겨운 재활에 매달렸던 홍철은 시즌 막판 복귀해 수원을 챌린지(2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A대표팀에도 구원자였다.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 출전한 홍철은 1-1 동점이던 상황에서 구자철의 결승골에 간접 기여했다. 도움을 기록한 김신욱의 헤딩 패스를 이끌어낸 것이 홍철의 왼쪽 측면 가로지르기였다.
홍철은 "내 장점은 없다. (염)기훈이 형보다 킥을 차지 못하기 때문에 (프리킥 등의) 키커로 나서지 못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수원에는 홍철 외에도 염기훈, 권창훈, 양상민 등 왼발을 잘 쓰는 자원들이 많다.
그는 "늘 해온 대로 (염)기훈이 형 뒤에서 열심히 뛰겠다. 볼을 주면 알아서 도움을 기록하더라"라며 팀 플레이에 헌신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FA컵 결승전은 11월 마지막 주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전북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고 승강 플레이오프 일정 등이 끼면서 11월 27일 1차전(수원), 12월 3일 2차전(서울)이 열린다.
홍철은 "FA컵 일정이 미뤄졌을 때 가장 (마음이) 좋지 않았던 사람 중 한 명이 나다"라고 말했다. 상무 입대를 위한 훈련소 입소가 12월 5일이라 홍철은 2차전이 끝나고 나면 하루만 쉬고 입대해야 한다.
클래식 종료 후 대표팀 훈련과 수원의 남해 전지훈련 참가 등으로 휴식이 거의 없었다. 홍철은 "하루 쉬고 입소하지만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하다. 전북 현대-서울의 최종전을 봤는데 서울이 더 간절하고 도전자 입장에서 한 발 더 뛰더라. 우리도 그렇게 준비하겠다. (염)기훈이 형, 감독님과 4년 동안 해온 시간이 좋았다. 가장 행복한 결승전을 하고 (훈련소로) 가겠다"라며 수원 이적 후 한 번도 들어올리지 못했던 우승컵 수집을 꼭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염기훈은 재치 있는 소감을 남겼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는 오른발 사용 의사에 대해 "쓰고 싶다. 농담이지만 오른발 슈팅이 잘 맞으면 왼발보다 더 강하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썼는데 기회가 온다면 오른발 슈팅이 골이 됐으면 좋겠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동시에 서울 황선홍 감독도 저격했다. 염기훈은 "2010년에 (당시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이었던) 황 감독님을 상대로 내 결승골로 우승했다. 4강 미디어데이에서도 말했지만 각본이 만들어졌다. 황 감독님이 우승, 준우승의 차이가 크다고 했는데 이번에 느끼게 하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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