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외국인 선수들과 정말 잘 녹아들더라고요."
전북 현대 한 프런트는 2일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미디어데이에 등장한 '시누크' 김신욱(28)을 보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적생으로는 팀 적응이 쉽지 않을 텐데 시간이 흐르면서 전체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로페즈, 레오나르도 등 외국인 선수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의미였다.
김신욱은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지난 2월 울산 현대 유니폼을 벗고 전북에 전격 합류했다.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아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다. 기대치가 떨어졌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시즌 후반기에 '진격의 거인'이라는 표현대로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알 아인(UAE)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는 높이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며 2-1 승리에 기여했다. 레오나르도가 두 골을 넣은 뒤에는 로페즈와 셋이 모여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모히칸 스타일의 머리 모양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3명이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쏟아질 정도였다. 2차전에서도 후반 중반 투입, 알 아인의 수비를 흔들며 1-1 무승부를 이끌며 우승컵을 선사했다.
이 프런트는 "레오나르도가 훈련 중 가장 많이 부르는 사람이 김신욱이다. '신욱! 신욱!'이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자기 앞으로 맞는 패스를 주니 좋아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훈련 끝나고도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김신욱이 브라질에서 온 선수인가 싶더라"라고 전했다.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이 잘 안다고 김신욱은 2012년 울산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다. 이근호와 영혼의 투톱이었고 김호곤 감독의 '철퇴 축구'라는 브랜드 구축 선봉에 섰다. 무패 우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썼다.
전북의 숙원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기 때문에 시즌 내내 김신욱은 "나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영입됐기 때문에 그 몫을 해내야 한다"라며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김신욱을 바라보던 이철근 단장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 (김)신욱이가 이적료 값을 했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이적할 생각이나 하지 마'라고 했다"라고 웃었다. 김신욱의 이적료는 20억원(추정치)이다.
녹색 염색으로 '녹색 전사'로 완벽하게 거듭난 김신욱은 "사실 나는 챔피언스리그가 가장 쉬웠다. 수비수를 상대하는 것도 K리그보다 챔피언스리그가 편했다"라며 체질에 맞는 무대였음을 강조했다.
힘들었던 전반기도 돌아보며 "군사훈련이 끝나고 한 달 반을 쉬다가 전북에 와서 몇 주 훈련도 제대로 못 하고 챔피언스리그를 뛰었다. 그러니 정상 몸이 아니지 않은가. 울산에서 최고 좋았던 순간보다 전북에서 몇 개월 뛴 것이 더 드러나니 진짜 부담스럽더라. 울산에서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지만 전북에서 더 잘한 것 같다"며 K리그 정상권으로 거듭난 전북이 주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이적 첫해 성공적인 안착에는 이동국, 에두, 이종호 등 중앙 공격진과의 경쟁에 로페즈, 김보경, 이재성, 레오나르도로 구성된 공격 2선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로페즈, 김보경, 이재성, 레오나르도와 같이 뛰면 두려울 것이 없다. 로페즈가 부상으로 클럽월드컵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 울산은 다소 수비적이었는데 전북에서 공격력이 극대화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2017년을 정조준하고 있는 김신욱이다. "중국, 중동에서 거액의 이적 제안이 많이 온다"며 너스레를 떤 김신욱은 "전북은 계속 투자만 한다는 소리가 들리는 팀이다. 아시아 최고 팀에서 공격수로 뛰는 것은 특권이다. 전북과 5년 계약을 했으니 (이)동국이 형처럼 오래 뛰고 싶다. 이제 전성기로 가고 있다"며 올해와 비교해 더 나은 공격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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