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승부처에서 번트사인을 안 낸 이유

[류한준기자] 한 점차로 리드 당하고 있는 경기. 그리고 마지막 공격기회다. 선두타자가 진루에 성공했다. 보통 이럴때 후속타자는 진루를 위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 자이언츠가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개막전에서 9회말 이런 상황을 맞았다. 선두타자 전준우가 안타로 진루했고 이어 조성환이 타석에 섰다. 롯데 벤치에선 보내기 번트 사인이 나오지 않았고 조성환도 타석에서 단 한번도 번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공을 선택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롯데는 이어진 만루기회를 살렸다. 앞선 타석까지 무안타에 그쳤던 장성호와 박종윤이 각각 적시타와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쳐 4-5로 끌려가던 경기를 6-5로 뒤집었다.

롯데 지휘봉을 잡은 뒤 맞은 첫 공식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김시진 감독은 31일 사직 한화전에 앞서 "번트를 지시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클린업 트리오로 연결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번트를 댈 수도 있었다"며 "그리고 한점을 낸 뒤 굳이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고 갈 이유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성환이가 범타로 물러났지만 손아섭, 강민호, 장성호로 이어지는 타순을 믿었다"고 했다. 전준우의 안타로 시작된 흐름을 승부처로 봤고 강공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결과론이지만 동점 적시타를 친 장성호의 경우 그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이 높았다"고 했다.

장성호도 "팀이 승리를 거둬 정말 기분이 좋다"며 "팀 배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승리를 계기로 좋은 흐름을 회복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김 감독은 박종윤 타석에서도 별 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다. 빅흥식 타격코치에게도 '(박)종윤이 에게 맡기자'고 얘기했다. 상황에 맞게 타격을 하는 걸 스스로 느끼고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잘 칠수 있는 선수들은 무안타로 묶여 있어도 기본은 한다"며 "그리고 한경기에서 한번은 그걸 살릴 수 있다. 그게 바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는 31일 한화전에서도 전날과 견줘 크게 변동없는 타순을 냈다. 이틀 연속 전준우와 강민호가 각각 1번과 4번 타순에 배치됐다. 전날에 비해 변한 자리는 김문호 대신 박준서가 좌익수 겸 8번타자로 들어갔다. 한화는 타순에 조금 변화를 줬다.

리드오프를 맡았던 이대수와 김태완, 김태균,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그대로다. 연경흠 대신 추승우가 좌익수 겸 2번타자로 배치됐고 고졸 신인 한승택이 포수 겸 8번터자로 각각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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