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보검이 '폭싹 속았수다'를 함께 한 임상춘 작가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 "다음에도 절 캐스팅해주셨으면"이라고. 아마 이는 박보검뿐만 아니라 임상춘 작가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본 배우라면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일 테다. 그 정도로 '폭싹 속았수다'가 남긴 재미와 감동, 여운은 깊고 묵직하다. 그 중심엔 박보검이 있다. 관식은 착한 배우여야 했다는 김원석 감독의 선택처럼, 이제는 박보검이 아닌 관식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착함을 넘어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의 첫사랑이자 끝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최고의 사랑꾼 관식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박보검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 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드라마로, 최근 3막까지 공개됐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이제 겨울에 해당되는 4막 공개만 남겨두고 있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a5ebbf07c217db.jpg)
아이유는 제주에서 나고 자라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요망진 반항아' 애순 역을, 박보검은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단단한 무쇠 같은 관식 역을 맡았다. 세월이 흘러 어엿한 어른이 된 애순과 관식은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했다.
이들 외 김용림, 나문희, 염혜란, 오민애, 최대훈, 장혜진, 차미경, 이수미, 백지원, 정해균, 오정세, 엄지원, 서혜원, 이준영, 김선호, 강유석, 이수경 등이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 앙상블을 보여줬다.
박보검은 어린 시절부터 오매불망 애순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양관식 역을 맡아 이 시대 최고의 순정남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직구를 던지는 '사랑 농사꾼'에서 아내와 자식들을 현실의 수렁에서 건져내려 고군분투하는 가장이 된 관식의 성장을 섬세하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밥 먹던 자리에서 반 바퀴를 돌아 애순의 밥에는 콩을 놓아주고, 딸 금명에게는 좋아하는 오징어를 건져 주는 등 매 순간 자상하고 다정한 면모를 드러내 훈훈함을 안겼다. 또 셋째 아들 동명이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처음으로 무너진 무쇠의 오열을 가슴 절절하게 표현해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울렸다.
박보검은 아이유와 달리 청년 관식 만을 연기했기 때문에 금명(아이유 분)의 이야기가 주로 이뤄지는 후반부엔 분량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박보검이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린 관식의 묵직한 존재감은 후반까지도 지속된다. 관식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성장한 박보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다음은 박보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f6a2cfa5ae7a6.jpg)
- 박보검 배우가 봤을 때 뭉클했던 장면은?
"마을 식구들이 애순과 관식이 힘들다고 하니까 다 한 마음으로 먹을 거, 입을 거를 챙겨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또 어린 관식이 애순이 치아 뽑을 때 자기도 뽑겠다 하는 모습이 귀여웠고, 나문희 선배님과 염혜란 선배님이 "소풍"이라고 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짧지 않은 삶이 소풍 같은 여행의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조금이나마 그런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 개인적으로 관식이가 안쓰럽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나?
"저는 안쓰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본인이 선택한 거라 행복이 풀 충전됐을 거라 생각한다. 행복 지수가 가득 차 있는 인물이다. 동명이 잃은 슬픔 외에는 항상 가족들이 무탈했으면 좋겠고 행복해지면 좋겠고, 하고 싶은 거 다 하게끔 해주려는 인물이었다고 생각한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관식을 바라봤을 때는 그럴 수 있지만, 관식의 입장에선 안쓰럽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 관식이 일이 없어서 축 처져 있었던 때도 있지 않나. 그럴 때는 안쓰러움을 표현해야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건가?
"그때는 본인에 대해 자책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가 조금 더 잘할걸, 내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볼걸' 그럼에도 이 세상, 이 시대, 혹은 사람과의 관계가 그랬다는 것에서 마음이 속상할 뿐이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탓하거나 하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작품 제목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나 싶다. 만약 관식을 안쓰럽게 바라봤다면 '폭싹 속았수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저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인물들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고 있는 우리에게도 잘살아왔고 잘 견뎌냈다고 이야기해주는 작품이라 참 좋다고 생각한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3ccbb5557c64af.jpg)
- 아이유 배우가 1인 2역을 연기했는데, 애순과 호흡할 때 또 금명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어떤지 궁금하다.
"진짜 바빴을 텐데 애순과 금명 두 인물을 표현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잘 표현해줘서 공감하면서 작품을 보고 있다. 애순이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물이다. 겪어야 하는 감정도 많고 웃다 울다가 희로애락을 다 겪는 인물이다. 그런 애순이와 금명이를 준비하고 콘서트까지 준비해서 하는 걸 보면서 멋진 친구이고, 마음의 체력이 좋은 친구라고 느꼈고 좋은 자극을 받았다. 동갑내기 친구와 연기하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연기하는 동안 즐겁게 했다. 홍보 활동에서도 제가 하자고 하면 "좋아", "좋아" 해주는 아이유 씨가 고마웠다. 그래서 아이유 씨에게 '폭싹 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 두 사람이 함께한 KBS1 '가요무대'도 큰 화제였다. 직접 아이디어를 낸 거로 알고 있는데 현장에선 어땠나?
"아무래도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가 된다는 것을 듣고 TV에 방송이 되면 더 좋을 텐데 싶었다. 그래서 염두에 둔 것이 '가요무대'였다. 해외 동포들도 볼 수 있고, 가족의 사랑, 정에 대한 것이 드라마 속에 있다 보니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유 씨가 홍보로 뭘 하면 좋을까 하길래 '가요무대'를 얘기했다. 흔쾌히 허락해줬고 곡도 생각해냈다. 동의를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홍보하면서 아이유 씨와 더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가요무대'에 오신 분들은 저희가 나오는지 모르셨는데 이름은 알고 계시더라. '가요무대'에 출연한 선배님들도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했고, 마음이 풍성해졌다."
- 중년 관식은 어떻게 봤는지도 궁금하다.
"저는 중년 관식, 박해준 선배님 덕분에 청년 관식이 득을 크게 봤다고 생각한다. 선배님과는 호흡을 맞춘 것이 대본리딩이 처음이었다. 그때 서로의 톤을 기억하고 연기에 임했던 건데 선배님께서 기대고 싶은, 듬직한 인물로 연기해주셨다. 저도 거기에 잘 묻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중년 관식뿐만 아니라 선배님도 멋진 어른으로, 멋진 아빠라고 생각한다."
![배우 박보검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81467d88b673d.jpg)
- 할머니, 아버지를 보면 관식 같은 행동이 나올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저는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모두 관식을 굉장히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집안의 가장 큰 기둥이자 뿌리다. 아들 1명이라 더 애지중지하고 더 많이 사랑해줬기에 그걸 당연시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관식이는 자신이 사랑을 받았던 것을 잘 기억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아버지의 과묵함도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애순이 장면 중에 멋있다 느낀 장면이 있나?
"애순이는 안 멋있던 순간이 없었다. 처음 김태연 양이 연기한 장면 중, '앞에 부가 붙었을 뿐이지 장원이다. 속으로 차렷 경례한다'라고 한다. 속으로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것이 다 멋있다. 어린 나이인데도 마음은 참 부자처럼 살았구나 싶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도 오랫동안 같이 살지 못했다. 그럼에도 항상 밝고 표현도 다 하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런 애순의 삶 자체가 다 멋있다고 생각한다."
- '폭싹 속았수다' 이전 박보검 배우의 인생 캐릭터는 '응팔'의 택이였던 것 같은데, 양관식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박보검 배우에게도 관식이라는 인물이 정말 남다를 것 같다.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었다고도 했는데, 같이 작업한 기억은 어떤가?
"작가님은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세대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님이 참 멋지다. 나중에 또 작가님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고, 저를 또 캐스팅해주셨으면 좋겠다. 관식이뿐만 아니라 작가님 글 자체엔 약자를 보호하는 어른들이 참 멋지게 그려진다. 이 작품의 어른들, 부부가 이상적인 삶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모두가 이 작품을 보셨을 때 느끼는 바가 다 똑같을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서로를 생각하고 사랑하고, 좋은 사람이자 어른이자 가족이자 부모님이자 아들, 딸 자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더라."
- 관식은 박보검 배우에게 어떤 의미의 인물인가?
"저도 그러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사람을 잘 챙기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무시하는 인물이 아니다. 이미 존중이 다 바탕이 되어 있는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본인의 가치관이 뚜렷하다. 저도 이런 관식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조금은 더 의젓하고 외유내강의 모습을 좀 많이 닮아가고 싶다. 그리고 고마웠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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