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골든글러브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두산 베어스의 왼손 파워히터 김재환(29)에게 2016년은 꿈만 같던 시즌이었다. 2015년까지 프로 8년간 13홈런에 그친 선수가 단숨에 37홈런을 기록하며 리그의 대표적인 홈런타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2푼5리 124타점 OPS 1.035로 팀내 최고 성적을 올렸다.
시즌 후 열린 골든글러브 외야수 한 자리는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내심 MVP도 욕심을 낼만 했지만 김재환은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골든글러브도 기대하지 않았던 걸 받아서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37홈런 이상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재환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야구를 하면서 구체적인 성적을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 그저 올해에도 팀이 잘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시리즈 3연패가 가장 큰 목표"라고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굳이 염두에 두는 숫자가 있다면 출장 경기수다. 그는 "지난해 134경기에 나섰는데, 올해에는 그것 이상의 경기에 나서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신데렐라' 시즌을 맞은 선수들은 이듬해 크게 고전하는 양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대 투수들이 철저하게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재환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투수들이 나에 대해 분석 등 대비를 많이 할 거라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도 특별한 준비나 대비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해오던 루틴을 지키면서 나만의 방식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의 성적을 재현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 캠프에 가거나 시즌에 돌입하면 몰라도 지금은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며 "원래 소심한 성격은 아니다. 중요한 경기에서 타점 찬스가 오면 굳이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유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앞두고는 꽤 부담이 됐는지 식사를 하다가 속이 메스꺼워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경기가 사작되면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높아졌다.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홈런 2개를 쏘아올리며 우승에 공헌한 원동력이었다.
개인과 팀 모두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을 올려서인지 그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행복한 해였다"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뛰었다. 정말 정신없이 보냈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그는 올 한 해 대폭적인 연봉 인상이 예상된다. 아직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당히 팀내 고과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봉 5천만원이던 그는 맨 앞의 숫자가 문제일뿐 억대 연봉 진입은 이미 예약해둔 상태다.
쌍둥이 딸의 아빠인 그는 올해 6월 새 식구를 맞는다. 아내가 셋째를 임신 중인데 이번에도 딸이라고 한다. 김재환은 "딸들이 복덩이라고 생각한다. 야구가 한참 안 되다가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으니까 지난해 모든 게 잘 풀렸다"며 "시즌 중에 딸들이 보채거나 울 때 몇 번 짜증을 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 반대로 참고 달래면서 경기장에 나가면 결과가 좋았다.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김재환은 스스로를 홈런타자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홈런 한 개도 못치는 단타 위주의 타자였다"며 "고3 때부터 타구에 힘을 실어처 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홈런부문 3위에 오른 그이지만 매 타석 홈런을 염두에 두고 들어서지는 않는단다.
"올해에도 한 경기 한 타석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뿐이에요.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오지 않겠어요. 그 자세 그대로 올 시즌도 준비하렵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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