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잘 졌어요. 한 번 계기가 필요한데 반성 좀 하겠지."
지난 2일(한국시간)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스포르팅CP B팀(2군)과의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썼고 골도 넣었지만,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첫 패배를 당했다.
어이없으면서도 완벽한 패배였는지 선수들의 표정은 즐겁게 웃으며 훈련했던 전날과는 180도 달라졌다. 샤워를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향해서도 고개를 숙이느라 흐린 하늘을 보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은 정말 잘 됐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르느라 바빴다. 특히 자신의 공격 축구의 중요한 축인 좌우 풀백 우찬양(포항 스틸러스), 윤종규(FC서울)는 전·후반을 나눠 가장 많이 신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움직임의 불만족에 대한 표현이었다. 하도 신 감독이 소리를 치니 선수들은 손을 들어 '알았다'는 표현으로 응답했다. 그래도 신 감독은 다시 불러서 계속 집중 과외를 했다.
사실 스포르팅전 전까지 신태용호는 전지훈련 평가전 무패를 이어갔다. 에스토릴 U-20 팀에 5-0으로 이겼고 포르투갈 U-20 대표팀에는 1-1로 비겼다. 히우 아베 U-20 팀에는 수비가 허물어지면서도 공격 본능을 발휘해 3-2로 승리했다.
단점이 분명했지만 무패로 가려졌다. 이 때문에 이날의 패배는 신 감독이 합법적으로 선수들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회였다. 정신력부터 체력, 조직력까지 모든 것이 수술대에 올랐다. 경기 후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성인팀과의 첫 맞대결이었다는 점도 신태용호가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는 기회였다. 좌우 측면 수비가 뚫린 데는 전방 공격진의 상대 수비 견제가 미흡했던 부분도 있었다는 자체 분석이다.
신 감독은 이승우와 백승호(FC바르셀로나 B)에게 "좌우 풀백이 오버래핑으로 상대 수비라인까지 올라오면 안으로 좁혀서야 한다. 그래야 공간이 생기고 상대 수비를 꼼짝 못 하게 만든 뒤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아낌없이 주문을 쏟아냈다.
고민하던 신 감독은 숙소에 돌아간 뒤 애초에 기획했던 자체 청백전 마무리 대신 한 경기라도 더 치를 수 있도록 상대를 물색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U-20 팀보다는 1, 2부리그 팀에 상관없이 성인팀을 기준으로 맞춰 달라고 했다. 체격 좋은 유럽 성인팀을 상대로 다시 한번 검증을 통해 냉정한 현실을 보자는 의미였다.
난관을 거듭했던 상대는 4일 레알SC 1군으로 결정됐다. 현재 포르투갈 3부리그 팀이지만 2부리그 승격이 유력하다. 스포르팅 B팀으로도 애를 먹었는데 2부리그 승격이 가능한 팀의 주전들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더욱 재미있는 대진이 만들어졌다. 기어이 어떤 내용이든 결실을 보고 돌아가겠다는 신태용호다.
조이뉴스24 리스본(포르투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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