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구)자룡아. 네가 판단해서 (장)호익이를 앞으로 내보내든지 아래로 내려서게 하든지 하란 말이야."
지난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르베야 델라 유로피아 데포르티바 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슬라비아 프라하(체코)와의 연습 경기, 플랫3의 스위퍼로 나선 이정수(37)는 옆에 있던 스토퍼 구자룡(25)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프라하의 공격진을 막으면서 어떤 경기력으로 대처할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의미였다.
이정수의 특급 과외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올해 플랫3로 수비를 들고 나오기로 사실상 확정한 수원 수비의 핵이 구자룡이 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연습 경기마다 구자룡을 강하게 다루고 있다.
구자룡은 2011년 수원 유스 매탄고 출신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2012~2013년 안산 경찰청(현 아산 무궁화)을 통해 군 복무도 마쳐 수원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는 상황이다. 올해 입단 동기 이종성과 함께 주장 염기훈을 보좌하는 부주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32경기에 나서며 수원의 주전으로 우뚝 섰다. 경고를 6장이나 받을 정도로 파울왕이 되기 위한 움직임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구자룡을 바라보는 이정수의 마음은 애틋하다. 지난해 수원으로 복귀한 뒤 구자룡의 기량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고 한다. 중앙 수비수로는 다소 작은 183㎝의 신장이지만 부지런한 움직임과 공간 이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정수는 "(구)자룡이에게 내가 해왔던 경험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론적인 부분을 가르쳐 줄 수 있겠지만 좀 더 자세한 것은 코치진에서 해주지 않을까 싶다. 조건은 참 좋은데 작은 차이가 국가대표 여부를 만드는 것 같다. (구)자룡이가 가진 것을 보면 충분히 대표팀에 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왜 구자룡일까. 그는 "대인방어 능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경기 경험을 더 쌓는다면 충분히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과거 수원에 있을 당시 화려했던 국가대표 라인을 복원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수원은 과거 선발진 절반이 국가대표에 뽑히는 영광을 누렸지만 최근에는 쇠락 분위기였다. 지난해 권창훈(디종FCO), 홍철(상주 상무)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현재는 모두 팀을 떠났다. 누군가는 국가대표를 이어가야 하는데 자신은 더는 하기 어렵지만 구자룡을 최적의 자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정수는 "(구)자룡이가 상반기에 꾸준하게 활약을 한다면 충분히 대표팀에서 불러 확인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점만 본다면 능력이 있는 자원이다. 우스갯소리지만, 내가 만약 대표팀 코치라면 (구)자룡이를 한 번은 확인해보지 않을까 싶다"라며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를 들은 구자룡의 반응은 다소곳(?)했다. 누구나 국가대표가 당연한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구자룡은 "(형님이) 저를 많이 믿으시는 것 같다"고 수줍어한 뒤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이)정수 형님의 말을 들으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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