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광주FC의 수문장 윤보상(24)의 지난해 모습은 전북 현대의 골문을 오래 지킨 권순태(34, 가시마 앤틀러스)의 2006년 K리그 데뷔 당시를 연상케했다. 체형이나 말하는 것 모두가 판막이처럼 비슷했다.
권순태는 당시 전북을 이끌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윤보상도 마찬가지. 3경기 연속 무실점 경기를 기록하는 등 화려한 선방쇼로 잔류에 공헌했다. 스플릿 시스템만 아니었다면 6위 이내의 성적이 가능했을지 모를 정도로 윤보상의 활약은 대단했다.
◆리우 올림픽 후보군에 오르내리고 강등까지 막은 윤보상
동물적인 선방 능력은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대표팀에 이름을 오르내리게 만들 정도였다. 언급만 된 것 자체로도 감사했고 최종 선발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프로에 어렵게 입문해 1년 만에 나름대로 유명세를 탄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포르투갈의 포르티망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윤보상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내게는 (권)순태 형의 모습도 있고 (김)영광이 형의 모습도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지난해를 떠올린 윤보상은 "한마디로 이름처럼 보상을 제대로 받은 해였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였다. 팀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었지만 하나로 뭉쳐서 잘 보낸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정조국을 앞세워 다크호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지난해의 광주를 떠올린 윤보상은 "모든 경기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처럼 치렀다. 그 정도로 많은 힘을 쏟았다. (정)조국이 형이 쓴소리하면 그 말대로 잘 뭉쳤다. 극장골이 많이 나올 정도로 선수들의 끈끈함과 간절함이 최고였다"라고 말했다.
프로 2년 차가 되는 윤보상의 존재감은 광주에서 주장 이종민(34)과 더불어 팀의 양대 축으로 느껴진다. 워낙 어린 선수들이 많은 데다 포지션 특성상 후방에서 전체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는 "남기일 감독님이 골키퍼는 감정의 기복이 있으면 안 된다고, 차분해야 한다고 하더라.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실점을 하면 그냥 내 책임이다. 어차피 실점했고 다시 해야 해서 (수비수들에게) 제대로 하자고 독려한다. 빨리 수습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라며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윤보상은 겨울 이적 시장에서 심심치 않게 이름이 오르내렸다. 권순태가 일본 J리그로 가는 등 각 팀이 골키퍼 기근에 시달리면서 당장이라도 이적 이장에 나올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됐다.
"광주 6강 진출, 최소 실점 1위 목표로 달릴게요"
그러나 윤보상은 차분했다. 그는 "작년에 데뷔하고 처음 언론에 내 이름이 언급되니 정말 신기했는데 지금은 그냥 그러려니 한다. 오히려 나 스스로 연습을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특유의 성격을 드러낸 뒤 "스트레스를 받기는 해도 가족들이 경기장에 오지 않아도 내 이야기를 전해 들으니 그 자체가 좋은 것 같다. 아버지는 매 경기 자택인 평택에서 다 오셨다. 그 정도로 나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윤보상은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뛰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광주라는 팀 특성상 매년 잔류가 우선이라 개인 욕심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윤보상은 야심이 있다. 그는 "딱 하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 매년 연말 (K리그 대상 시상식) 베스트11에 후보에 들어가고 싶다. 지난해 평균 실점률 등을 생각하면 후보에 들어가도 됐을 것 같은데 그렇지 못했다. 올해는 꼭 들어가고 싶다"라며 속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워낙 큰 부담을 안고 뛴 윤보상의 올해는 편안함 그 자체다. 그는 "작년에는 정말 매 경기 전쟁이었다. 잔류라는 과제가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잔류라는 생각을 잠시 벗어두고 팀을 위해 편안하게 뛰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목표도 확실하다. 그는 "6강 진출이 기본 목표다. 지난해 팀 최소 실점 2위를 했는데 올해는 1위를 하고 싶다. 일단 6강 진출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레스터시티도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하지 않았는가. 광주도 그렇게 만들고 싶다"라고 당당한 자세를 보였다. 최소 실점 1위는 곧 자신의 활약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윤보상의 배포는 놀라움 그 자체다.
축구를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다는 윤보상은 "시즌이 시작하면 모든 것을 쏟아붓고 싶다. 포르투갈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배운 것들이 광주의 시즌 운영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라며 원대한 꿈을 노래했다.
물론 겸손도 잊지 않았다. 그의 멘토 격인 김영광(서울 이랜드FC) 때문이다. 그는 "(김)영광이 형과 종종 만나는데 정말 사람이 편해 보이더라. 많은 것을 내려놓고 보면 더 플레이가 잘 된다고 하더라. 어떤 방식으로 선수 생활을 하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더라"며 그의 롤모델이자 축구 인생의 길잡이가 되는 김영광의 조언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포르티망(포르투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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