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전남 드래곤즈가 시즌 초반부터 어려움에 빠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개막 5연패에 빠지며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점)와의 승점 차이가 크게 나지는 않아 아직은 희망이 있다.
노상래(47) 전남 감독은 지난 3월 19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3라운드부터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선수들과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보통 축구에서는 감독 취향에 따라 정장을 입기도 하고 트레이닝복을 입기도 하는데 연패에 빠지는 등 심상치 않은 기운이 보이자 노 감독이 내린 결단이다.
지난 9일 대구FC와의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노 감독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섰다. 코치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노 감독이 선수단과 뭉쳐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노 감독은 "팀이 이기기 전까지는 계속 입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노 감독의 전투복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도 전남은 전반 수비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두 골을 내줬고 후반 35분 허용준의 만회골 외에는 반전에 실패하며 1-2로 졌다. 경기 후 선수들은 판정 불만을 참지 못하고 주심에게 달려갔다. 그런 선수들을 노 감독은 뜯어말리며 흥분을 가라앉히는데 애를 썼다.
선수들은 원정 응원을 온 전남팬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노 감독은 선수들을 벤치 옆으로 모아 "위기 의식을 갖자"며 선수들의 정신 무장에 모든 역량을 쏟았지만, 분위기는 쉽게 살아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전남은 초반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8라운드까지 1승4무3패로 부진했고 9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패한 뒤 고민하던 노 감독이 자진 사퇴를 예고했다.
놀란 구단은 노 감독을 설득했다. 사임하려던 노 감독도 마음을 접고 팀과 함께 죽기로 작정을 했다. 그 결과 전남은 반전을 거듭했고 시즌 말미 스플릿 그룹A(1~6위)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전남은 지난해를 기억하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전남 한 관계자는 "7위 대구가 승점 6점이다. 전남이 분위기만 타면 충분히 따라잡는 것이 가능한 차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심리 치료 등 인위적인 외부 개입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결국, 선수단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노 감독과 선수단이 한배를 탄 이상 물러설 것도 없다. 노 감독은 대구전이 끝난 뒤 "모든 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어느 시점까지 해서 책임을 질 것이 있다면 지겠다"며 또 한 번 사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렇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전남은 과거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전라남도 해남군과 진도군 사이의 울돌목에서 출정식을 열어 상무 정신으로 무장한 바 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죽을 각오를 하면 살고, 살기를 꾀하면 죽을 것이다)'를 외치며 시즌을 시작했던 과거를 떠올릴 필요가 있는 전남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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