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신구가 겨루는 느낌이네요."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올해 동계 훈련 시작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황지수, 신화용 등 2004년 재임 당시 준우승 주역들을 모두 잔류시키려고 노력했다.
횡지수는 남아서 팀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골키퍼 신화용은 달랐다. 포항이 신화용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잔류에 있어 이견이 있었고 결국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신화용이 떠난 뒤 포항은 수원에서 뛰던 노동건을 1년 임대로 받았다. 강현무, 김진영과 세 명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됐다. 선수를 성장시켜 팔아야 하는 포항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기회가 된 셈이다.
경쟁은 포항의 초반 돌풍에 큰 힘이 됐다. 앞선에서 양동현이 골을 넣어주고 뒤에서는 강현무와 김진영이 돌아가며 선방을 했다.
신화용은 수원에서 이운재 코치의 지도를 받으면서 양형모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물론 신화용이 수원의 주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신화용 효과는 확실했다. 리그 첫 승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7라운드 강원FC전에서 2-1로 앞서고 있던 종료 직전 디에고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승리를 안겼다. 신화용 덕분에 수원은 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도 이기는 등 신바람을 냈다.
절묘하게도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수원-포항이 신화용을 가운데 두고 만났다.
신화용은 경기 전 최 감독에게 인사를 했다. 묵은 감정은 모두 털어버리고 서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랐다. 최 감독은 "(리그 초반보다) 얼굴이 많이 폈더라"며 "우리는 (강)현무의 기가 세다. 강원전에서는 문창진 때문에 느낌이 묘했는데 오늘은 신화용이 있어서 더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오히려 신화용이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포항의 골키퍼가 경쟁 체제가 됐다는 최 감독은 "강현무로 인해 든든한 느낌이다. 오늘은 포항의 신구가 겨루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최 감독의 말대로 경기는 신화용, 강현무 두 골키퍼가 지배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치열한 선방쇼가 펼쳐졌다. 전반에는 강현무가 수원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두 개를 선방하며 실점 위기 극복의 중심이 됐다.
후반에는 신화용이 형님의 경험을 보여줬다. 뒤에 있던 포항 팬들의 부름에 목례를 하며 골문 앞에 섰다. 포항 공격진의 움직임을 읽고 수원 수비진을 향해 끊임없이 지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강현무는 잘 막다가 33분 산토스의 절묘한 슈팅에 실점했다. 골대 오른쪽 구석을 보고 감아서 슈팅하는 산토스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막으려다 볼의 궤적만 멍하니 보고 말았다. 승패를 가른, 경험의 차이를 확인한 두 골키퍼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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