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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변희봉 "칸 초청, 배우의 로망…죽는 날까지 연기할 것"


"고목에 꽃 핀 기분, 정말 감사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변희봉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를 통해 연기 인생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 방문했다. "죽는 날까지 연기를 하겠다"며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에 온 감격을 말하는 노배우에게서 청년 배우 못지 않은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20일(이하 현지시간)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 칼튼호텔에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인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의 한국 취재진 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배우 안서현, 변희봉, 스티븐 연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의 첫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옥자'는 10년 간 함께 자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동물 옥자의 이야기다.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옥자를 뉴욕으로 끌고가자, 미자는 할아버지(변희봉 분)의 만류에도 옥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정에 나선다.

극 중 미자의 할아버지 희봉 역을 연기한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과 벌써 네 편 째 함께 영화 작업을 했다. 봉 감독은 매 영화에서 그의 이름을 배역명으로 사용할만큼 변희봉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처음으로 칸국제영화제에 방문한 변희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어제는 전혀 떨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오늘은 왠지 가슴이 떨리고 불안하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나는 이런 인터뷰 기회가 별로 없던 사람"이라며 "그래서 할 말이 별로 없지만,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나는 칸에 오는 것이 배우의 로망이라 생각한다. 정말 영광이다"라고 덧붙였다.

변희봉은 "배우 생활을 오래 했지만 칸에 온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고 꿈을 갖지도 않았었다"며 "꼭 벼락 맞은 사람 같다. 마치 뭐랄까, 70도로 기운 고목에 꽃이 핀 기분이다. 정말 감사하다"고 감격을 전했다.

'플란다스의 개'부터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 해 온 봉준호 감독을 향해 고마움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어 넷플릭스를 비롯해 플랜비 엔터테인먼트에도, 봉준호 감독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19일 '옥자'의 공식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을 밟았던 그는 "소원을 이룬 듯했다. 이것이 행복인가 했다. 만감이 교차했다"고 뭉클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변희봉은 "레드카펫이 그렇게 긴 줄 몰랐다. 금방 눈앞에 있는데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들더라. 온갖 망상이 다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칸국제영화제 참석은 변희봉에게 나이를 뛰어넘은 열정과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그는 "가장 내 머릿속에 남는 생각이 있었다. 이제 다 저물었는데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닌지 기대감도 생겼다"며 "힘과 용기가 생긴 것 같았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두고 봐 달라. 이 다음에 뭘 또 조금 할지 기대해달라. 열심히 하겠다. 죽는 날까지 하련다"라며 여전히 뜨거운 연기 열정을 언급했다.

변희봉이라는 배우를 무려 네 작품에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에 변희봉을 출연시키기 위해 그의 출연 작품들을 모두 언급했던 때를 떠올렸다. 봉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 때는 (변희봉이 시나리오를) 탐탁지 않아 하셨다. '경비원? 왜 개를 잡아?' 하는 반응이었다"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다행히 나의 무기는 변희봉 선생님이 출연한 작품들,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본 사극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생님 마음을 얻으려 애를 썼다"며 "그 후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까지 선생님에게 의지해서 표현하고 싶은 부분들을 해 왔고, 사실 별다른 디렉션은 없다.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것을 보는 입장일 뿐"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해도 여전히 뭔가 남은 것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은 봉준호 감독으로 하여금 다시 변희봉이라는 배우를 찾게 만드는 이유였다. 그는 "왜 반복적으로 여러 번 함께 하는지 묻는다면 그만큼 광맥이랄까, 매장량이 많아서다. 송강호도, 틸다 스윈튼도 그러한데, 변희봉도 파도 파도 더 나오는 뭐가 있다"며 "그래서 몇 편을 계속 했어도 여전히 궁금하다. 더 뭔가 캐내고 싶어서 계속 부탁을 드리게 된다"고 답했다.

봉 감독의 매 작품에서 자신의 이름이 배역명으로 쓰이는 것에 대해 변희봉은 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나는 아주 근사한 이름을 받고 싶은데 (늘) 희봉이다"라며 "외국인 스태프들이 희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전부 내가 아닌 다른 이야기였다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해 재치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이 쓰이는 것이) 기분 좋지 않겠나. 나는 좋다. 아주 좋다"며 "다음에는 (새로운 성씨) 조희봉으로 하면 좋겠다. 감사하다"고 말한 뒤 웃어보였다.

한편 '옥자'는 오는 6월29일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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