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7일과 28일 1위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27일에는 선발투수 박진형이 흔들리면서 경기 초반 일찌감치 주도권을 넘겨줬다. 28일에는 간판타자 이대호가 시즌 10호 홈런을 비롯해 4안타로 펄펄 날았고 송승준도 선발투수로 제 역할을 했으나 뒷심이 달렸다. 연장 승부 끝에 최원준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내주면서 패했다.
그러나 롯데는 주간 성적 4승 2패를 기록했다. 지난주와 같은 성적으로 나름 선방한 셈이다. 호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KIA와 주말 3연전에 앞서 치른 SK 와이번스와 주중 3연전이다. 롯데는 안방인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3연전을 모두 쓸어담았다.
SK를 만나기 전 잠실구장에서 치른 LG 트윈스와 3연전에서 2연패를 당한 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도 있었지만 반등에 성공했다.
SK 상대 스윕승의 주역은 이우민과 앤디 번즈가 단연 꼽힌다. 그러나 한 선수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수훈갑으로 꼽았다.
프로 7년 차 내야수 김동한이 주인공이다. 그는 올 시즌 개막 로스터에 들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퓨처스(2군)로 갔다. 기약 없는 퓨처스 생활이 시작되나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다시 콜업됐다. 번즈가 3루가 아닌 2루수로 자리를 잡았고 오태곤(개명 전 오승택)이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롯데 1군 내야진 보강이 필요해졌다. 문규현과 정훈 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1군 재합류 후 김동한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지만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조 감독은 "(김)동한이도 내야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라며 "작전 수행 능력도 갖고 있고 주루 플레이도 괜찮다"고 했다. 물론 수비 능력도 인정 받고 있다.
주로 하위 타순인 9번에 나오지만 번트는 물론 심심치 않게 큼지막한 타구도 날린다. 조 감독도 "상·하위 타선 연결고리 노릇을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동한은 수비에서는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떠난 3루를 주로 지킨다. 조 감독이 한 말처럼 그자리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2루 뿐 아니라 유격수까지 커버가 가능하다.
그는 장충고와 동국대를 나와 지난 2011년 KBO리그에 데뷔했다. 롯데는 프로 입단 후 두 번째 소속팀이다. 친정팀은 두산 베어스다. 두산 시절에도 다재다능한 내야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두산에서는 경쟁이 치열했다. 허경민·김재호·최주한·이원석(현 삼성 라이온즈) 등을 넘어서기에 힘이 부쳤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회가 왔다. 그는 지난해 7월 23일 김성배(투수)와 맞교환 돼 두산을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물론 롯데로 온 뒤 바로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대주자나 대수비가 주된 임무였다. 타격 성적도 그렇게 처지는 편이 아니다.
KIA와 3연전을 치르는 동안 타율을 까먹긴 했지만 그는 29일 기준으로 2할4푼7리(73타수 18안타) 10타점 2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2루타 개수다.
그는 2루타 8개를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148타석)을 채운 롯데 타자들 중 이대호(5개)·강민호·김문호·최준석(이상 6개)보다 많다, 이대호와 최준석의 경우 발이 느린편이라 2루타성 타구가 단타로 그친 경우도 고려해야 하나 김동호의 2루타 생산 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김동한은 "내가 할 수 있는 야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주전이든 비주전이든 크게 상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주자와 대수비로 그라운드에 나가는 상황을 맞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보템이 될 수 있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김동한이 맡았던 대주자와 대수비 역할은 후배 김대륙이 주로 하고 있다. 그래도 붙박이 주전이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김동한은 "선발 출전하는 기회가 늘어났을 뿐 (주전이라고) 마음 먹고 싶지 않다"며 "내게 있어 중요한 시기이고 기회가 찾아온 만큼 놓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각오도 분명했다. 그는 "매 타석 간절하게 마음먹고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노력할 것이다. 지난 번에 중요한 순간에 송구 실책도 했다. 실수를 하고 나니 심리적으로 부담도 커지더라.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더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입장에서도 김동한이 제 역할을 해주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선수 기용폭도 넓힐 수 있고 팀내 다른 내야 전력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어서다.
또한 김동한이 자리를 잡는다면 두산 출신으로 롯데로 온 뒤 성공사례를 쓴 또 한 명이 될 수 있다. 롯데는 두산 출신 선수들과 좋은 인연이 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홍성흔(은퇴)에 이어 김성배·김승회(이상 현 두산)·용덕한(현 NC 다이노스 코치) 등 두산에서 뛰다 부산으로 옮겨 팀 전력 보강에 도움이 된 선수가 많았다. 김성배는 2차 드래프트 역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평가 받으며 김동한과 맞트레이드로 친정팀으로 복귀할 때까지 롯데에서 2012년부터 중간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였다.
FA 보상선수로 데려온 김승회도 롯데 시절 선발-중간-마무리를 모두 오가며 마운드 빈 자리를 잘 메웠다. 용덕한도 '안방마님' 강민호의 뒤를 든든하게 받쳤고 2012년 '가을야구'에서 친정팀을 울리는 결정적인 한 방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김동한도 두산 출신 선배들의 뒤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착용하고 있는 유니폼 등번호도 김성배가 롯데 시절 달았던 67번이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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