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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 김옥빈이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인터뷰)


"여자가 하면 다친다는 말 싫었다" 그의 고민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악녀'는 김옥빈에게 사명감이었다. 여성 주연 영화가 가뭄인 한국영화계에서 여성 타이틀롤, 게다가 액션 장르의 작품인 '악녀'의 전선에 서는 일은 두말할 것 없는 부담감을 담보했다. "여자가 액션을 하면 폼이 안 나" "여자는 액션을 하다 쉽게 다쳐"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었다는 김옥빈의 고백은 촬영 후 턱 근육이 발달할 만큼 매 순간 이를 앙다물어야 했던 이유를 알게 했다.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 앞에있다)의 개봉을 앞둔 배우 김옥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첫 공개됐다.

숙희와 수많은 남성들의 살육전이 10분 간 이어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피칠갑을 한 그의 얼굴로 영화가 마무리되기까지, 김옥빈은 '악녀'에서 아찔한 액션 신들을 숱하게 소화해야 했다. 액션 신 중 90~95%의 장면들을 직접 연기했다는 것이 김옥빈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목숨 걸기 직전'까지 갔던 순간들의 회고였다.

"정말 목숨을 내놔야 할 장면이 아니면 제가 거의 다 했어요. 예를 들어 오프닝에서 얼굴이 안 나오는 손은 액션 배우가 하셨고, 그 이후 얼굴이 나오고부터는 저였죠. 와이어 액션, 대련하는 장면, 첫 임무를 받고 일본도를 든 남자와 복면을 쓰고 액션을 하는 장면도요. 보면 때문에 스턴트 배우가 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저였어요. 버스 액션도 제가 다 소화했고요. 정지한 상태에서 매달리는 건 제가, 버스가 달리는 상태에서 매달리는 장면은 스턴트 배우가 해주셨어요. 오토바이 액션도 제가 한 장면과 스턴트 배우가 연기한 장면들이 섞여있죠."

복면을 쓰고 펼치는 숙희의 첫 번째 임무 시퀀스는 말 그대로 숙희의 얼굴이 복면으로 가려진 만큼 그가 직접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총칼을 들고 몸을 던진 이유가 궁금했다.

"원래 세트장 합이었는데 일반 집으로 급히 수정된 장면이었어요. 그 합에 대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죠. 하루 만에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 당시 가장 합을 잘 외우고 있던 사람이 저였어요. 다른 사람이 하지 않고 빨리 소화하고 넘어가는 게 나았죠."

여러 무예로 평소에도 탄탄한 운동 신경을 자랑했던 김옥빈이지만 '악녀'에서만큼 본격적인 액션 연기에 도전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2016년 3개월 반의 훈련 기간을 거쳐 비로소 숙희의 몸을 갖게 된 김옥빈은 스스로 액션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액션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3개월 반 정도 훈련했는데 그 때도 느꼈던 것은 제가 액션이 빨리 늘고, 즐기고, 또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였죠. 새로운 합을 짜 주면 설레요. 안전불감증에 걸린 사람처럼, 제 탈 것이 업그레이드되면 신났어요. 오토바이에서 본네트로, 버스로 업그레이드되는 게 신이 나더라고요. 와이어도 여러 개 달아보고요. (신)하균 오빠와 떨어지는 장면은 껴안고 떨어져야 했는데 이런 고난이도 와이어 액션을 어디서도 해본 적 없어 또 신이 났어요. '오늘은 이런 거 찍는 거예요?'하면서요.(웃음)"

웃으며 당시를 떠올린 그지만, 타이틀롤을 맡아 한 편의 영화를 끌고가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을 법도 했다. 이에 대해 김옥빈은 "타이틀롤이 주는 부담감은 있었다"며 "한국에서 여성 액션 영화가 별로 나온 적이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칸에서도 느낀 것은 외신들마저 여성 액션 영화라는 점에 놀랐다는 거예요. 세계적으로 여성 액션 영화가 많지 않은데 한국의 여성 액션 영화가 너무 신기하단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외화와 다른 지점이 있다면, 극 중 숙희는 여린 감성, 사랑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강렬한 느낌의 여성 액션보다는 여린 감성이 느껴지는 동양적 정서가 담겨있잖아요.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감독님께 이야기한 것이 '이 영화에 투자가 됐나요?'라는 질문이었어요. 그만큼 많이들 두려워하는 장르였죠. 여성에게 액션을 시켰을 때 액션 폼이 잘 안 난다는 말, '(여자에게 시켰다가) 쉽게 다치면 안되잖아'라는 말들을 할테니 그 말을 듣기 싫었어요. 그래서 촬영하며 다치기 싫었고요. 이것을 제대로 소화해야지만 이런 작품들에 대한 투자가 앞으로 더 잘 이뤄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지난 30일 영화의 기자간담회에서 김옥빈은 촬영 중 늘 이를 꼭 다물고 연기해 턱 근육이 발달했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여성 액션 영화의 주연이라는 부담감 탓에 '힘든 소리'를 참아야만 했던 것은 아닌지 묻자, 김옥빈은 "그렇지는 않다. 멍이 들고 찢기는 것은 일상이었다"며 "내가 조금 다쳐 아프다고 하면 내 옆의 스턴트 언니, 오빠들은 더 힘든 상태에 있었다"고 의연하게 답했다.

"액션을 하면서 부상은 숙명, 일상인 느낌이에요. 큰 부상이 없던 이유는 안전장치가 좋았고 시뮬레이션, 리허설을 많이 했기 때문이죠. 액션 영화답게 안전에 더 신경을 썼고요."

김옥빈 역시 여성 주연 영화가 드문 한국영화계의 현실에 대해 다른 한국의 여성 배우들처럼 아쉬움을 품고 있었다. 그는 "(여성 주연 영화의) 시장이 좁아졌다"며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멋진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텐데 왜 기회가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히든피겨스' '헬프' '퍼스널쇼퍼'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 최근 개봉한 외국 영화들을 보면 여설 캐릭터의 활약이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떤 영화의 소스로만 소모되는 게 아쉽더라고요. 젠더 구별을 두는자는 게 아니라, (여성 배우들이) 조금 더 많이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팬으로서 좋아하는 다른 여성 배우들을 작품을 통해 많이 보고 싶고요."

영화는 오는 6월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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