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7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K리그는 없다. 중국과 일본이 모두 두 팀씩 내보내는 장면을 참담하게 지켜봐야 했다. 2008년 32개국으로 확대되고 2009년 K리그에 4장의 출전권이 배정된 ACL에서 처음으로 8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FC서울은 조별리그에서 강력한 한 방이 없어 탈락했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16강에 올랐지만,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일관하다 탈락의 아픔만 확인했다.
반면 중국은 부자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상하이 상강 등 최근 3~4년 사이 거액을 쏟아부은 팀들이 자연스럽게 8강에 올랐다. 일본도 전통의 강호인 우라와 레즈와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J리그 전체에 재정적인 유연성이 생기면서 티켓을 확보했다.
ACL에서 K리그의 위상 하락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K리그의 투자 위축이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수원, 포항 스틸러스 등 리그를 주도했던 구단들은 씀씀이를 대거 줄였다. 거액 연봉을 받던 선수와 재계약하지 않는 등 살만 빼고 영양제 격인 외부 수혈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지난해 ACL 우승을 차지했던 전북 현대도 올 시즌 살림살이를 줄였다. 전반적으로 줄이는 분위기는 K리그의 축소를 낳았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흥행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를 주도하는 구단들의 위축은 전체를 경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 주변국들의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를 앞세워 거액의 연봉으로 유럽에서 뛰던 유명 선수를 모셔왔다. 한국에서도 국가대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아시아쿼터로 영입해 활용했다. 일본도 기술 향상 등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태국, 호주 등도 투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다.
풍족한 자금은 비단 선수 영입이 아닌 육성으로도 이어진다. 반면, K리그는 우수 선수는 밖으로 뺏기고 제대로 육성이 되지 않으니 리그의 질적 하락이 불가피했다. 경기력 저하는 ACL에서 힘을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터뜨릴 능력자의 부족으로 수원과 울산은 16강 진출 기회를 눈앞에서 날렸다.
한 K리그 구단의 코치는 "ACL을 준비하는 구단들은 조별리그 탈락 등에 관계없이 상대국의 수준과 어느 정도 맞춰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나선 4팀은 냉정하게 바라보면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고 본다. 자생력이 부족하니 선수 육성, 영입, 이적의 선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제주의 경우 창단 첫 16강이 전부였다. 선수들의 국제 경기 경험 부족이 우라와와의 16강 원정 2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광적인 응원 열기 앞에서 위축된 플레이로 상대의 기세를 올려주고 말았다. 시즌 시작 전 전지훈련에서 중국, 일본 팀들과 경기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지도자들의 역량 부족도 눈에 띄었다. 울산의 경우 전북의 ACL 출전 정지 징계로 어부지리 출전권을 얻은 탓에 준비가 부족했다지만 김도훈 감독의 전략 수립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조성환 제주 감독도 우라와전에서는 특유의 공격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일본 클럽을 상대하는 방식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것이다.
통렬한 반성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 다른 구단의 사장은 "투자가 어렵다면 어린 선수들을 빨리 프로 무대에 올려서 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은 K리그를 참고해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을 만들었고 일본은 유스 선수들을 과감하게 프로로 올려 성장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유스 선수들을 우선 지명해놓고 대학에 보낸다. 대학에 가야 한다는 사회적 풍토 탓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인데 이런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선수 육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대학과 프로의 질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U-20 월드컵에서도 한국만 프로팀 선수 비율이 낮았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리그 초반 유연한 일정 조정으로 ACL 참가 팀들의 온전한 경기력 발휘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ACL 주간에는 리그를 쉬거나 앞당겨 치른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반면 K리그는 ACL 전후로 빅매치를 치르는 경우가 있다. 체력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야 한다. 3~4일 간격의 경기를 치르는 리듬을 만들기가 어렵다면 인위적인 날짜 조정을 통해서라도 ACL 경기력 향상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올해 ACL에 대해서는 모든 구단과 문제를 논의해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경기 일정 조정 등은 비출전 구단의 이해관계도 있어서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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