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영화 '옥자'의 국내 개봉을 둘러싸고 극장과 배급사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극장 관객들도 온라인 공간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투자한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는 이례적 극장 개봉을 앞두고 개봉관 확보에 난항을 겪는 중이다. 국내 영화 시장에선 개봉과 상영 후 홀드백 기간을 거쳐 부가판권시장에서 영화를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스트리밍 기반의 넷플릭스와 영화의 국내 배급사 NEW는 '옥자'를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공개하는 조건으로 배급 가능성을 조율하고 있다.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개봉을 한 달 앞둔 '옥자'의 상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봉준호라는 세계적 감독, 글로벌 캐스팅,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라는 화려한 '스펙'에도 상영을 망설이고 있다. 전례 없는 동시상영 조건이 그 이유다. 이들은 넷플릭스의 이런 조건이 극장 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에 대해 관객들은 영화 관련 온라인 게시판과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창 등에서 저마다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산업의 전통적 논리와 질서를 앞세운 극장 측 의견도 이해가 간다'는 요지의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은 '멀티플렉스 체인의 독점 상영 논리일 뿐'이라는 내용의 회의적 의견이다.
'옥자'가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수작들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라는 사실도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에 극장 측 의견이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를 다양한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배제한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옥자'는 약 600억 원의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다. 극장의 주장이 스타 감독의 대작을 큰 스크린에서 감상하고 싶은 관객의 욕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대응이라는 비판이다. '독과점으로 비판받아온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이 정의를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는 맥락의 주장도 중론으로 읽힌다.
'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들의 경우 극장에서 관람할 영화와 TV로 시청할 영화를 구분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극장이 없어지진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은 관객도 있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옥자' 상영을 주저하는 이유로 '산업 생태계 교란'을 꼽은 것이 과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급속한 성장세와 별개로,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익숙치 않다는 예상도 있다. '옥자'라는 한 편의 영화가 관객과 새 플랫폼 사이의 장벽을 간단히 허물진 못할 것이라는 추측과 비슷한 접근이다.
'옥자'의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이 성사 될지 여부는 향후 영화 개봉 방식의 변화에도 유효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넷플릭스 영화의 칸 경쟁부문 초청을 두고 반발한 프랑스 극장업계의 반응으로 알 수 있듯, 온라인 플랫폼과 극장 산업 간 이해관계의 충돌은 한국 뿐 아니라 해외 영화 산업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옥자'가 그 대립과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한편 '옥자'는 오는 29일 극장과 넷플릭스 동시 개봉을 예고했다. 서울극장과 대한극장이 개봉일 상영을 확정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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