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핑클로, 또 섹시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이효리는 결혼을 하고 제주도에서 살면서 잊고살았던 것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화려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평범함을 받아들인 이효리는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정규 6집 '블랙(Black)'에 담았다.
이효리가 4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컴백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정규 6집 앨범 '블랙(Black)' 발표를 알렸다. 4년 만에 컴백한 이효리는 화려함보다 진정성에 중점을 두고 앨범을 만들었고, 이젠 비주얼이 아닌 깊이 있는 음악으로 소통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정규 6집은 이효리가 4년 만에 새롭게 발표하는 앨범으로, 타이틀곡 '블랙'을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됐다. 이효리가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생활하며 받은 영감들을 담았으며, 이효리는 수록곡 10곡 중 9곡을 작사, 8곡을 작곡, '텐미닛'의 김도현 작곡가와 함께 공동 프로듀싱을 했다.
이효리는 "돌아보니 내 중심인 앨범이 많더라. 자아가 정말 강했고 '나 잘났어' 밖에 없더라. 이젠 내가 최고가 아닌데 그런 무슨 음악을 해야 하나 기다렸다"며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잘난 게 아니라 평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러고 나니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화려함을 덜어냈다기보다 그런 걸 걸쳤을 때 예전처럼 예쁘지 않을 거라는 여자의 직감이 있었다"며 "화사하지 못할 거라면 깊이 있는 느낌으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제가 곡과 가사를 쓰기 때문에 화려하지 않더라도 제 마음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용기 있게 꺼내놓은 고민과 진솔한 이야기들
타이틀곡 '블랙'은 이효리가 작사, 김도현과 공동 작곡, 화려한 컬러의 메이크업과 카메라 렌즈 뒤로 가려졌던 자신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장 베이직한 컬러인 블랙에 비유해 표현한 곡이다. 날카로운 기타 사운드와 힘있게 받쳐주는 드럼, 베이스 사운드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효리는 "밝은 면만 부각시키기보다 진짜 나를 내던져볼까 그런 생각으로 '블랙'을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어두운 단면이 있다. 우리 모두 태어나고 죽고 생로병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런 것들도 녹여내보자 그런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외에도 앨범에는 한층 깊이 있어진 아티스트 이효리의 고민과 이야기가 담겼다.
'변하지 않는 건'에서는 순리대로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은 생각을 담았고, '예쁘다'는 현재의 이효리가 20대의 이효리를 향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또 서정적인 발라드 '비야 내려'는 제주도에서 서울로 가는 길에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써내려간 곡이다.
이효리는 '변하지 않는 건'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괴로움도 없어지고 인기도 영광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TV에 몇 년 안 나오니까 동네 초등학생들은 저를 시골 아줌마나 요가 선생님인 줄 안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예쁘다'에 대해 "누구나 자기만 아는 힘든 부분이 있다. 가족에게도 말 못했던 것들을 지금 돌아보니 안쓰럽더라"며 "20대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생각해 보니 '예쁘다'더라. 내 스스로는 예쁘다는 말을 안 하고 타박만 했다. 지금이라도 내게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인도 요가 사상에서 영감을 받은 '화이트 스네이크(White Snake)', 뭄바톤의 댄스곡 '러브 미(Love Me)' 등 총 10곡이 수록됐다.
섹시 아이콘도 소길댁도 모두 이효리
제주도 소길댁의 소박한 모습이나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음악들이 낯설 수 있지만 이 역시 이효리의 또 다른 모습들이다.
이효리는 "어렸을 때 전 부유하지도 않았고 잘나지도 않았다. 부모님이 이발소를 하셨는데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대화 나누고 너나 구분 없이 평범하게 지냈다. 그러다 데뷔하면서 더 화려하고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구분을 짓다가 점점 멀어진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주도에서 오래 생활하며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요가를 가르치고 있는데 예전 같으면 얘기를 나누기도 어색한데 지금은 발도 밟아주고 하면서 나도 똑같은 사람이었지 한다.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 이런 사람이었는데 잊고 지내다가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화려했던 과거의 모습이나 화려하고 싶은 내면의 욕망까지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또 다른 내면을 용기 있게 꺼내놓았을 뿐이다.
이효리는 "한없이 소박한 게 좋다가도 화려함이 좋기도 하다. 예능에서 웃기고 뒹구는 것도 좋고 진지한 음악 얘기도 좋다. 다 제 안의 모습"이라며 "내 안에 어두운 면 슬픈 마음이 있다. 밝은 면만 사랑받는게 서글픈 생각도 들더라. 용기 있게 모든 걸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했다.
'블랙'은 이효리가 자신의 고민과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낸 결과물이자 뮤지션으로 성장해나가는 과도기의 앨범이다.
이효리는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해야 끝까지 살아남는 아티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좀 어색할 수 있지만 과도기"라며 "뮤지션은 나이가 들수록 깊어지는 건데 겉모습이 변한다고 관심이 줄어드는 게 안타깝더라. 겉모습이 변하는 건 받아들이고 내면을 키워가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세상에도 관심을 갖고 고민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끝까지 오랫동안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그렇게 사랑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바람과 각오를 전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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