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울산 현대에 김도훈식 실리 축구가 정착하고 있다. 시즌 초반 혼란기를 지나면서 김 감독의 스타일이 선수단에 빠르게 스며드는 모양새다.
울산은 지난 19일 강원FC와의 KEB하나은행 2017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문수 루니’ 이종호의 결승골을 끌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이근호, 문창진 등 강원의 화려한 공격진을 봉쇄하며 승리를 수확했다. 승점 41점으로 2위를 유지하면서 1위 전북 현대(44점)를 여전히 추격하고 있다.
이날 승리는 K리그와 팀에 큰 의미로 남게 됐다. 울산이 통산 500승 팀의 주인공이 된 것,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가 498승에서 전진하지 못해 울산이 500승 고지를 선점하며 명예를 지킨 것이다.
여러모로 힘들게 시즌을 시작한 울산이었다. 스페인 전지훈련 중 전북 현대가 아시아 축구연맹(AFC)으로부터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 발탁 징계를 받아 대리 출전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울산은 급히 전지훈련을 마감하고 국내로 들어와 플레이오프 준비를 하는 소동을 벌였다.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ACL 본선은 혹독했다. 리그 초반도 공격진의 위치 이동이 잦았다. 5월 초 10라운드까지는 울산이 무슨 축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쏟아졌고 팬들의 불만도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ACL 조기 탈락 후 김 감독 전술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특히 6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14라운드 포항과의 라이벌전에서 울산의 힘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전방에 멀티 공격수 이종호를 세우고 측면에 오르샤와 스피드가 있는 김인성이 완전하게 자리 잡으면서 1골 승부를 놓치지 않았다.
포항전 기준 9경기 6승 1무 2패, 6승 중 대구FC전 3-1 승리를 제외하면 모두 한 골 승부였다. A대표 경력이 풍부한 노련한 강민수를 중심으로 구축한 수비진이 과거 김호곤 전 감독(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 시절 철퇴축구의 기반이었던 방패 수비의 복원이라는 평가다. 중앙 미드필더에 김성환, 박용우, 정재용 등 스타일이 상이한 이들이 버티고 있는 것도 상대를 혼란에 빠트리기에 그만이다.
무엇보다 골잡이 이종호의 안정감이 큰 소득이다. 올해 울산 유니폼을 입고 주전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데다 A대표팀 발탁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의욕도 넘치고 있다. 영플레이어상 후보인 김승준이 돕는 등 팀의 틀이 잘 잡혀가고 있다.
김도훈 감독은 “프로축구 사상 첫 500승을 달성했는데 내가 울산에 있는 상황에서 기록을 세워 영광스럽다”며 울산이 명문 구단의 기틀을 유지하는데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1996, 2005년 2회 우승이 전부다. 반면 준우승은 무려 7회(1988·1991·1998·2002·2003·2011·2013년)나 된다. 특히 가장 최근인 2013년의 경우 포항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확정됐지만 종료 직전 김원일(제주 유나이티드)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허무하게 홈에서 우승컵을 내준 기억이 있다.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큰 이유다.
울산 관계자는 “올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1위 전북과 승점 차도 그리 크지 않고 선수단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다. 김 감독도 선수단을 잘 다독이며 버티고 있다. 이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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