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의 축구는 공격적이다. 성남FC 시절부터 앞만 보는 축구였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는 호전적인 축구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축구대표팀이나 올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신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결과가 중요한 상황에서 자신의 축구 스타일 대신 팀을 생각하는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다.
축구대표팀은 2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로 모였다. 엔트리 26명 중 16명이 모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모인 인원 중 9명이 수비 자원이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를 치르고 23일 합류하면 수비진은 완전체가 된다.
자연스럽게 신 감독의 시선도 수비로 향한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은 러시아월드컵이 아닌 평가전이면 내가 가진 생각대로 이란에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하면서 그동안 한국이 당했던 수모를 한 번에 날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어서 내가 하고 싶은 공격 축구는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이란은 승점 20점으로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13점)은 우즈베키스탄(12점)과 1점 차이에 불과하다. 이란을 내용 상관없이 무조건 이겨놓고 우즈벡과의 최종전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란과 최근 4번 모두 0-1로 패했다. 테헤란에서는 한 번도 이긴 일이 없다. 가장 최근 승리가 2011년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이었다. 윤빛가람(제주 유나이티드)의 연장전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어지간하면 한 골 승부다. 지난 10년간 8번 겨루기에서도 1-1 무승부 두 번, 1-0 승리 한 번, 0-1 패배 다섯 번이다. 살얼음 승부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 감독의 기억에 더 각인되는 경기는 자신이 골을 넣고도 패했던 1996년 아시안컵 8강전 2-6 패배다. 이란 축구의 전설 알리 다에이에게 무려 4골을 헌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설욕에 대한 의지가 크지만 지난 경기 양상과 경기 성격을 고려해 자신의 욕심을 완벽하게 버렸다.
유럽, 일본파가 합류하는 28일 전까지 훈련도 수비에 무게를 둔 것이 그렇다. 그는 "이란에 4연패 당한 것은 확실하게 갚아주는, 쉽게 질 팀이 아니라는 것을 각인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2011년부터 이란을 지휘하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64) 감독은 끈질긴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든 아르헨티나이든 백중세이거나 열세인 팀에는 전형적인 '선 수비 후 역습'을 구사한다.
신 감독 입장에서는 공격에 대한 유혹이 생기기에 충분하다. 이란이 공격하지 않으면 참을성이 다소 부족한 한국의 호전적인 스타일이 창을 꺼낼 가능성이 있다. 이를 끝까지 견뎌내느냐가 신태용호의 과제다.
지난해 올림픽 8강전 온두라스전에서 쉼 없이 공격을 하고도 역습 한 번에 무너지며 0-1로 패했던 기억은 신 감독에게 확실한 교보재가 됐다. 물샐 틈 없는 수비를 만들겠다는 것이 신 감독의 의지다.
26일 수원 삼성과의 연습경기는 이란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수원은 플랫3 수비에 기반을 둔 축구를 구사해 이란과는 조금 다르지만 수비라인은 제대로 점검받을 기회다. 산토스, 김건희, 유주안 등 공격진이 수비진을 흔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도 "수원전은 전반적으로 수비에 집중하겠다. 공격수가 다 소집되지 않아 세밀하게 보여주기 어렵다. 유기적인 플레이, 대형을 얼마나 맞추고 할지, 위치선정 등을 확인하겠다"며 수비에 방점을 찍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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