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내일 다시 이야기하시죠"
트레이 힐만 SK 와이번스 감독은 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일"이라는 단어에서 2차전으로 가고 싶다는 의지가 가장 먼저 엿보였다. 힐만 감독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면서도 다음날 투수 운용 계획에 대해 말했다. "박종훈과 스캇 다이아몬드를 대기시킬 것"이라는 그의 말에선 분명 2차전까지 경기를 끌고가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뜻이 내포됐다. 승리를 향한 간접적인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의미 이외에도 "내일"이라는 단어엔 다른 뜻도 있었다.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쌓게 해주겠다는 뜻이었다. 힐만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선수든 안한 선수든 나가서 이 플레이오프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격적으로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선수단의 분발을 촉구했지만 큰 틀에서는 선수들이 경험을 쌓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부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한동민을 선수단에 대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한동민은 지난 8월 8일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펼치다 좌측 발목 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에 신음했다. 발목 뼈에도 실금이 가 핀까지 박았다. 거동 자체가 불편했다. 이제 막 재활 4주차에 접어든 참이었다. 당연히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그럼에도 힐만 감독은 한동민을 선수단에 포함시켰다. "팀에 굉장히 많은 기여를 했는데 뛸 수 있든 없든 플레이오프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한동민도 이같은 결정에 고마워했다. 그는 "어제(4일) 경기장에 인사를 하러 갔는데 선수단 모두 같이 가는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제가 아직 가을야구를 못해봤다. 좋은 경험을 쌓게 해주시기 위해 (힐만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이 선수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일 두산 베어스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도 포스트시즌에 대한 가치를 설파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역경이 많았는데 포스트시즌에 나간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면서 "포스트시즌 현장에 있다는 것 자체로 얼마나 큰 가치를 가지는 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설명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는 말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의의를 취재진에 설명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 등 야구 강국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그였기에 이같은 설명은 더욱 그 의미를 더했다.
SK는 이날 선발 켈리의 2.1이닝 8실점 난조로 일찌감치 승기를 내줬다. 교체로 경기에 나선 정진기가 연타석 홈런으로 자존심을 세웠지만 팀의 5-10의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에도 힐만 감독은 플레이오프에서의 경험에 대해 말했다. 힐만 감독은 "포스트시즌을 뛰는 것은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뛰는 것만으로 굉장히 큰 가치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포스트시즌을 처음 뛴 선수들에겐 정말 많은 배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5위로 가을야구 막차에 탑승한 SK가 애초에 NC보다 불리한 상황임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이 무대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좀 더 나은 SK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었다. 힐만이 말한 '내일'은 곧 SK의 '미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가을야구를 고작 1경기로 마감한 SK의 2017시즌은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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