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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위기인데…복지부동 축구협회 '나몰라라'


여론은 분노에서 무관심으로 변화…위기감 안보여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축구대표팀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까지 온 상황이다.

11월 두 차례의 A매치에서도 러시아, 모로코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분노에서 냉소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가 자칫 무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하락에 따른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 추첨 시드 배정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2일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10월 예상 랭킹포인트는 588점이다. 9월의 659점에 비해 71점이나 떨어진다. 러시아에 2-4, 모로코에 1-3으로 패한 결과다.

위기관리 능력은 대표팀 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조직이 대한축구협회다. FIFA 랭킹이 A매치 초청팀과 협상 기본 자료라는 것을 모르는 축구팬은 거의 없다. 10월 FIFA 랭킹이 현재의 51위에서 얼마나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A매치를 치르지 않은 중국보다 더 밑으로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계산까지 나오고 있다.

랭킹 하락과 경기력 저하는 본선 진출팀이 최종 구성되고 난 12월 1일 조추첨 이후 상대국들에게는 자신감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소위 '죽음의 조' 내지는 강팀들에 들러리를 설 수 있는 분위기를 스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한국-모로코전 시청률은 6.6%에 그쳤다. 최소 10%를 보장하는 대표팀 중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축구협회의 대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6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경질부터 7월 새 기술위원회를 통한 신태용 감독의 선임, 8~9월 이란, 시리아전과 함께 튀어나온 거스 히딩크 감독 선임 여론, 2011년 사건이지만 전임 집행부의 비리 등 어떤 사안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러시아, 모로코전까지 패하면서 대표팀에 대한 부담은 더 커졌다. 더 정확하게는 선임 4경기 만에 신태용 감독이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신 감독이 소방수를 자처하며 등장했고 내용이 어찌 됐든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낸 뒤 두 경기에서 실험이 실패로 끝나면서 순식간에 무능한 지도자로 몰렸는데도 집행부에서는 여론을 향한 어떤 메시지가 없다. 오히려 모두가 몸만 사리는 분위기다.

김호곤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이 신 감독의 선임이나 히딩크 감독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기는 했지만 전달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소통 방식도 상당히 투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민적인 여론을 안이하게 받아들였다는 지적을 피하기도 어려웠다.

현실적으로 시간은 부족하다. 우선 11월 9일과 14일에는 A매치가 예정되어 있다. 적어도 오는 30일에는 신 감독이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나서게 된다. K리거까지 최정예로 선발한다고 하지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2연전을 최소 좋은 내용의 무승부 내지는 최대 승리까지 얻어내지 못하면 다시 한번 여론의 질타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신 감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셈이다. 12월 9일 중국, 12일 북한, 16일 일본과의 동아시안컵 3연전은 대결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전이 됐다. 11월 A매치 후 2주 이내에 또 명단 발표를 해야 한다. 지난 3월 중국 원정에서 패했고 북한과는 힘 싸움이 껄끄럽고 일본은 최대 라이벌이다. 이 난관을 신 감독 혼자 다 감내하게 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전문가들은 축구협회가 어떤 방식으로라도 최근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래야 대표팀이 결속력을 다져 본선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문성 서울방송(SBS) 해설위원은 "현재 대표팀의 경기력을 구성하는 세 가지인 감독, 선수, 분위기 모두가 정상적으로 잡혀 있지 않다. 틀을 제대로 잡아주는 것이 축구협회의 일이다. 정리를 크게 하고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 분위기를 계속 이어서 본선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뇌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큰 결단을 내려줘야 대표팀이 부담을 덜 가진다. 협회의 행정력이 발휘되어야 한다.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하는 것은 대표팀 스태프들이 할 일이다. 외부의 문제는 축구협회가 직접 풀어야 하는데 문제에 대한 해결을 한 달을 끌었다. 결단과 책임 없이 넘어간다면 (대표팀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며 강한 우려를 표현했다.

한준희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축구계의 일로만 축소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지금까지 축구협회를 통해 벌어진 일들이 일반 기업이나 정치 집단이었다면 공식 사과를 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그런데 축구협회의 일 처리는 지극히 제한적이고 축구 방식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태를 한 번에 정리하지 못하고 사과를 안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회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부회장이나 기술위원장 등 누군가는 나와서 사과 메시지라도 던져야 한다. 종합적으로 사과하고 현안에 대한 브리핑이 있었는가. 축구계 밖의 상식을 따라갔으면 좋겠다"고 진단했다. 홈페이지에 달랑 사과문 한 번 올린 축구협회의 조치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었다.

대표팀의 행보가 축구계 풀뿌리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헤아렸으면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김태륭 스포티비(SPOTV) 해설위원은 "정 회장을 향해 정확한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수뇌부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어 "(선수 출신이라) 주변에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이 많다. 이들이 선수를 육성하는 책임이 있는데 '축구 선수 할래'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하다고 하더라.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말 위험하다"며 모범적이고 책임 있는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상황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월드컵 본선까지는 8개월이 남았고 대표팀이 완전체로 나설 기회는 많아야 7번(11월 A매치 2회, 2018년 3월 2회, 5월 1회, 6월 1~2회) 정도다. 분위기 전환 기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적어진다. '동네북' 상태에서 월드컵을 치를 것인지, 작은 희망이라도 살려 대범하게 나설 것인지는 정 회장과 수뇌부의 선택에 달렸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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