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누가 책임지고 관둬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축구대표팀은 러시아, 모로코와의 유럽 원정 2연전에서 2-4, 1-3으로 완패했다. 수비 집중력 저하에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재확인했다.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의 변형 플랫3 수비 실험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우즈베키스탄 조기 소집으로 인해 K리그 일정이 연기되면서 10월 A매치 평가전은 해외파로만 메웠지만, 만족감을 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 외적인 논란은 쾌활한 신 감독의 머리도 아프게 만들었다. 월드컵 본선 확정 직후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파생된 거스 히딩크 감독 영입 논란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노 총장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 간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노 총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김 위원장과 전화 통화도 했다며 히딩크 감독 제안을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국감에서는 노 총장이 히딩크 감독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노 총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러나 노 총장이 히딩크 감독의 선의의 뜻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문제를 확산시켰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 노 총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가 모바일 메신저(SNS)를 통해 문자가 온 것이 확인되자 자신이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기술위원장 선임 전에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히딩크 감독의 관심을 전달한 것 자체를 김 위원장이 '묵살'했다고 봤다.
대표팀의 패배에 노 총장의 국감 발언이 더해지면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15일 인천공항 귀국길에서도 신 감독은 공항 인터뷰 없이 다른 문으로 입국하는 신세가 됐다. 5명의 축사국(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회원의 짧은 시위 앞에 축구협회는 인터뷰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축구회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줬다.
협회에서의 긴급 기자회견도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축구협회 임직원이 출근하지 않는 휴일이라 정문이 잠겼다고는 하지만, 취재진의 신원을 철저하게 확인한 후 지하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게 했다. 잔뜩 겁에 질린 분위기였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노 총장과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 통화 내역을 살펴보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오히려 "히딩크 감독 문제는 오늘(15일)로 정리하고 더는 논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집행부의 책임 있는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몽규 회장은 수면 아래로 숨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 회장이 대표팀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라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대표팀 관련 기구를 회장 직속 라인으로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단 (대표팀에 대해) 전폭 지원을 하라고 했다. 저와 자주 통화를 하고 보고도 하고 있다. (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다"고 했다.
물론 대표팀의 지원과 경기력 향상이 월드컵 직전 최대 과제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만, 대표팀 경기력 향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팬심 회복이다. 응원 대신 비판 받는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이 마법처럼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외 소통 기회가 주어졌지만 이번에도 어떤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정 회장과 진심 어린 소통을 하고 있다면 성난 민심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팀만 잘하면 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축구협회 수뇌부는 알면서도 간과하는 눈치다. 이날 축사국은 작은 시위가 들불처럼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나가는 골든 타임을 붙잡기 위한 수뇌부의 절실한 자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계절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