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현주엽 감독에게 아무런 덕담도 하지 않았다."
17일 서울 잠실체육관, 바로 옆 야구장에서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두산-NC가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과거 OB 베어스에서 함께 뛰었던 김태형 두산, 김경문 NC 두 감독의 치열한 경쟁에 야구장 주위는 인파로 가득했다.
상대적으로 체육관은 다소 썰렁했다. 평일 저녁 경기에 이제 막 개막한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1라운드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그렇지만, 코트는 뜨거웠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을 호령했던 이상민 서울 삼성, 현주엽 창원LG 감독의 첫 겨루기였기 때문이다. 연세대 출신의 이 감독과 고려대 출신의 현 감독의 확실한 색깔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2014년 이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았고 현 감독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데뷔했다. 이후 현 감독이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LG 사령탑에 올랐다.
현 감독은 지난 11일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 감독에게 데뷔 첫 시즌 당시 "마음을 좀 비워라. 눈높이를 낮춰라"고 조언했던 것을 기억하며 "내가 지도자가 되니 어렵더라"고 동병상련의 마음을 전했다.
친분이 두터운 양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중계 방송사 인터뷰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에 나서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지도자 선배인 이 감독은 현 감독에게 무슨 말을 해줬을까. 이 감독은 특유의 담담함을 보이며 "과거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덕담은 하지 않았다. 그저 처음으로 감독직을 맡았으니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LG에 대한 경계심은 풀지 않았다. 그는 "유독 LG와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지난 시즌에도 LG에는 1, 2라운드를 이기고 3~6라운드는 모두 졌다"며 힘든 상대라고 강조했다.
현 감독도 "(이 감독과는) 워낙 친해서 그런 것(남다른 감정)은 없다. 그저 과거 이야기만 했다"고 잘라 말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승부만 따진다는 두 감독의 특유의 성격이 그대로 경기력으로 표현됐다.
두 감독은 선수 시절까지 포함하면 2008~2009 시즌 3월 6강 플레이오프 이후 무려 3천124일의 재회였다. 4쿼터 초반까지는 6점 차 이내의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현 감독은 김종규에게 적극적인 몸싸움을 요구하는 승부가 기질을 요구했다.
이후 LG의 집중력이 더해져 10점 이상으로 벌어지는 예상 밖의 경기가 이어졌고 최종 1차전 승자는 현 감독이었다. 개막 후 2연승이라는 선물까지 얻었다. 흥미로운 한 판을 치러 다음 겨루기가 더욱 재미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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