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지난달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7 천안·넵스컵 프로배구대회에서는 톡톡 튀는 머리 스타일을 선보인 선수 두 명이 있었다.
주안공은 한국전력 외국인선수 펠리페(브라질)와 OK저축은행 리베로 정성현이다. 두 선수는 머리 모양이 비슷했다. 레게 파마를 했고 머리색도 같은 노란색이었다.
그런데 정성현은 머리를 손질했다. 2017-18시즌 도드람 V리그 개막을 앞두고서다. 그는 오프시즌 동안 정성들여 길렀던 머리를 짧게 잘랐고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왔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7일 안방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올 시즌 첫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겨 첫 승을 신고했다. 정성현은 '수비'에서 제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8차레 디그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고 서브 리시브에서도 62.29%의 리시브 정확을 기록했다. 화려한 스파이크나 서브를 시도하지 못하는 자리지만 정성현은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수행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머리모양이다. 그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새 시즌도 시작했고 그래서 마음을 더 다잡고 각오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정)성현이가 머리를 손질하고 온 줄 몰랐다"며 "개인 소셜미디어계정을 보고 알았다. 정성들여 기른 머리일텐데 성현이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웃었다.
김 감독은 평소 선수들의 머리모양이나 복장 등에 대해 크게 간섭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톡톡 튀는 개성을 허용한다. 그는 "프로선수로 자신을 알리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김 감독은 그래도 단정한 머리로 돌아간 정성현이 대견하다.
김 감독은 "성현이의 행동이 선수단 전체에도 메시지를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팀은 2014-15·2015-16시즌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으나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7위)로 떨어졌다. 최근 2년 사이에 극과 극을 오간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도 올라가는 일은 어렵지만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시즌 첫 승은 의미가 컸다"고 했다. OK저축은행은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원정 경기를 통해 2연승 도전에 나선다.
머리를 짧게 자른 정성현도 변함 없이 코트에 나선다. 박철우와 타이스(네덜란드) 등 상대 주 공격수가 시도하는 스파이크와 서브를 받아낼 준비는 이미 마쳤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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