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장르물의 명가, OCN이 선보인 드라마의 소재가 케이퍼에서 인간복제, 사이비종교 등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드라마 장르가 OCN에 등장하면서 그만큼 시청자의 즐거움도 커졌다.
지난 1995년 DCN으로 시작, 영화와 미국 드라마를 수입해 방송한 OCN은 2005년부터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 후 장르물 안에서도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한 단계 더 진화하려는 OCN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였다. 지난 10월 25일 조이뉴스24가 창간 13주년을 맞아 OCN의 황혜정 국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OCN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들어봤다.
OCN이 새로운 소재의 장르 드라마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황혜정 국장은 "브랜드의 퀀텀점프를 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직까지 OCN 하면 '폴리스 라인이 생각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범죄 소재도 수사극에 제한된 느낌이었다"며 "물론 기존 장르 소재를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있지만 여기에서 시청자의 폭을 더 넓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OCN이 장르 드라마를 제대로 선도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끊임없이 진화하고 싶었다"고 덧붙여 강조했다.
황혜정 국장은 "'아름다운 나의 신부', '처용' 등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 드라마와 같이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범죄 수사극이 성공했다"며 "(이제는) '듀얼'처럼 범죄 수사극이라는 틀에 새로운 소재를 넣어 시도하거나 아예 범죄 수사극이 아닌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소재, 사이비 종교를 다룬 '구해줘'를 시작할 때 걱정은 있었다고 밝혔다.
"'구해줘'의 사이비 종교 소재는 마케팅 하기 선뜻 쉬운 테마가 아니었어요. 첫 방송 시청률 0.8%보고 절망하기도 했죠.(웃음)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어요. 일단 대본이 너무 좋았고요. 범죄 수사극이 아닌, 영화 같은 분위기에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통쾌함을 주는 다른 소재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구해줘' 김성수 감독님이 '영화 같은 드라마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말했죠. 새로운 소재였지만 결국 그것들이 담겨 있는 그릇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데 자신감이 있었어요. 시청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기쁘지만, 시청률이 조금 나오지 않아도 OCN DNA가 잘 자리잡히면 굉장히 만족스럽죠. 그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어요."
사이비 종교에서 이제는 저승사자다. '블랙'은 생사예측 미스터리 장르로 死(사)자 블랙(송승헌 분)과 사람이 언제 죽을지 예측이 가능한 女(여)자 하람(고아라 분)이 함께 생명을 구한다는 독특한 이야기다. 드라마 '신의 선물-14일' 최란 작가와 '보이스' 김홍선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황혜정 국장은 "김홍선 감독님은 OCN이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도 '구해줘'와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복합적이죠. 내용이 어려워서 '블랙'도 드라마로 만드는 걸 처음엔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본이 너무 재밌었죠. 특히 '블랙'으로 OCN이 또 한번 진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김홍선 감독님이 대본을 보고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어요. 김홍선 감독님이 몇 년 전부터 하고 싶어한 내용이었고 'OCN이니까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하셨죠. 대본을 보자마자 감독님은 머릿속에 드라마 구상을 바로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걱정을 안 했죠."
또한 황혜정 국장은 최란 작가를 "천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배우 송승헌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펼치는 '블랙' 2회는 OCN 색깔이 많이 빠졌다. 2회 방송 후 시청률이 급상승했다. 3, 4회에서는 OCN의 색깔을 다시 넣었다"며 "다소 어려운 내용을 쓰는 최란 작가가 2회에서 (코믹함도) 시도해 그동안 몰랐던 송승헌의 장점뿐 아니라 진지함과 코믹함이 섞여 있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고 말했다.
OCN 히트 대표작 '나쁜녀석들'의 시즌2도 언급했다. 오는 12월 첫 방송되는 '나쁜녀석들: 악의 도시'는 시즌1의 극본을 맡은 한정훈 작가가 다시 한번 펜을 들고 '38사기동대'를 연출한 한동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작품. 배우 박중훈, 주진모, 양익준, 김무열, 지수를 비롯해 명품 조연 배우들이 출연, 또 한번 시청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황혜정 국장은 "내용은 시즌1보다 더 살벌할 것 같다. 액션 신이 많아 때로는 위험한 촬영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배우들이 모두 하나같이 메소드급 연기를 펼치고 있다"고 칭찬하며 "얼마 전에 가편과 현장컷들을 봤는데 살짝 심쿵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여성 시청자들도 저와 같은 마음이 든다면 시청률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OCN은 크로스 플랫폼으로 지난 6일부터 드라마 '멜로홀릭'을 선보이고 있다. TV용 10부작, 웹·모바일용 25부작으로 기존 드라마 제작 공식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황혜정 국장은 "'애타는 로맨스'뿐 아니라 '멜로홀릭'은 하나의 콘텐츠 IP에 여러 사업자가 모여 만드는 드라마다. 옥수수를 통해 온라인에 퍼지고 TV 방송은 OCN이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작사는 모멘텀이 되고 디지털이나 방영 채널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아갈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OCN은 '멜로홀릭'을 시작으로 로맨스 드라마를 월화 블록으로 편성할 계획이다. 황혜정 국장은 "내년에도 로맨스 드라마를 월화 블록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이건 OCN의 외연 확장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올해 로맨스 드라마로 웹소설 '애타는 로맨스'를 했는데 그때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이 있었죠. OCN 로맨스 드라마는 어떤 차별성을 둬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까지 OCN만의 로맨스 드라마가 어떤 건지 정의 내려지지 않았지만 장르적으로 할 수 있는 로맨스 드라마를 찾고 있고요. 시청자들이 OCN이 제안하는 로맨스 드라마에 관심을 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죠."
황혜정 국장은 OCN 국장을 맡기 전 XTM, ONSTYLE, O'LIVE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가 ONSTYLE 국장으로 있던 지난해, 뷰티 프로그램 '겟잇뷰티'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텐센트에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직원으로 지난 1996년부터 10년 간 영화 관련 경력도 쌓았다.
"하나의 콘텐츠 IP가 브랜드가 돼 TV 뿐 아니라, 디지털, 페스티벌(SIA, 올리브 페스티벌, 더벙커), 글로벌 진출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많이 경험하고 배웠어요. 특히 '겟잇뷰티'나 '테이스티로드'는 하나의 브랜드죠. OCN은 유니크하고 독보적인 장르엔터테인먼트 브랜드예요. 제가 쌓은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 OCN이 다양한 캐릭터, 콘텐츠뿐 아니라 디지털, 페스티벌, 웹콘텐츠, 게임,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역량을) 펼치는 장르엔터테인먼트 브랜드가 되길 꿈꾸고 있어요."
다른 채널처럼 예능 프로그램 등을 시도할 계획이 있는지 묻자 황혜정 국장은 "아니다. OCN은 스토리로만 가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OCN이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스토리'라는 OCN만의 색깔은 잃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OCN 마니아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부분에서는 시도할 예정이다. 웹드라마, 그리고 여기에 대한 비하인드 등 재밌는 콘텐츠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이뉴스24 창간 13주년을 맞아, 향후 13년 뒤 OCN은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황혜정 국장은 "살아 숨 쉬는 캐릭터, 통쾌한 카타르시스뿐 아니라 영감을 주며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OCN만의 콘텐츠 아이덴티티로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13년 후에도 여전히 웰메이드 장르를 선도하는 개척자이자 NO.1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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