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한국의 철벽 마무리 장필준(삼성 라이온즈)이 경기를 꼼꼼히 보며 작성한 노트가 결승전 해법이 될 수 있을까.
18일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2017 ENEOS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일본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은 한 수 위의 실력을 과시하면서 8-2로 대만을 제압하고 한국에 이어 두 번째 결승에 진출했다.
전날 대만에게 1-0의 완봉승을 거두면서 일찌감치 결승에 선착했던 한국 선수단은 이날 꿀맛같은 휴식을 맛본 후 일본과 대만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KBO 관계자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경기장을 찾았다"고 귀띔했다. 다음날 열릴 경기에 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은 비교적 손쉬운 경기를 거뒀다. 2회 토노자키 슈타(세이부 라이온즈)의 솔로 홈런과 5회 교다 요타가 낸 2타점이 컸다. 여기에 이마나가 쇼타(요코하마 DeNA)는 압권의 무실점 투구에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대만 타선을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완벽한 투타 운영으로 결국 8-2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가 일본 쪽으로 기울자 선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결승전 상대가 사실상 일본으로 굳어졌기 때문에 경기 자체에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장필준이 남았다. 그는 타석 뒤쪽 백스탠드 가장 뒷편에 앉아 매서운 눈으로 한 타자 한 타자를 지켜봤다. 타석이 끝나면 종종 노트에 메모를 하는 장면도 보였다. 노트의 내용을 묻지는 않았지만 여러가지 메모가 눈에 띄었다.
그는 "17일 대만전 승리로 팀의 분위기가 정말 좋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분위기도 좋다"면서 "코칭스태프도 어제 끝나고 선수들에게 별 다른 말을 하진 않고 편하게 해주셨다"고 전했다.
일본 취재진은 "한국 투수들의 공은 이제 일본 타자들에게 익숙해졌다. 다시 맞붙는다면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필준에게 이 얘기를 전하자 그는 담담하게 "그럴 수 있다. 확실히 한 번 보면 처음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수긍했다. 일본 타선에 대해서도 "누구할 것없이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눅든 것은 아니었다. 장필준은 "일본 타자 모두 해볼만하다"는 말로 자신감을 나타했다.
그는 앞선 두 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16일 일본과 첫 경기에선 4-3으로 앞선 8회말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라이온즈)에게 허용한 단타를 제외하면 겐다 소우스케(세이부 라이온즈)와 곤도 겐스케(닛폰햄 파이터즈) 우에바야시 세이지(후쿠오카 소프트뱅크)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모두 일본 대표팀의 중심 타자들이다. 그럼에도 "여기 있는 누구든 그렇게 던질 수 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호투의 비결에는 부모님의 존재도 있었다. 장필준의 부모님이 도쿄돔을 찾아 아들을 응원했다. 그는 "부모님이 대회를 보러 오셨다. 오늘 같이 점심을 먹고 배웅해드렸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기뻐하셨을 것 같다'는 질문에 담담한 말투로 "그럴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귀국했지만 그는 한국 국민을 위해 다시 한 번 역투를 준비하고 있다. 기자와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의 눈은 그라운드를 향해 있었다. 대화를 마친 후에도 끊임없이 노트에 메모를 하며 일본 타자들을 면밀히 점검했다. 그의 메모가 복수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이뉴스24 도쿄(일본)=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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