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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위기 딛고 승격' J2리그 나가사키가 주는 교훈


지역 기업이 스폰서로 참여…대대적 투자로 1부 승격 달성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2018시즌 일본 프로축구 1부리그에 도전하는 V 바렌 나가사키는 J2리그 구단 중에서도 약체로 꼽히는 팀 중 하나였다.

J3에서 J2로 승격됐던 지난 2013년 6위를 차지하기도 했고 2015년에도 6위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지만 부침이 심했다. 지난 시즌에는 15위로 고꾸라졌다. 매년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 팀이 1부리그로 승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설상가상 올 시즌 개막 전에는 경영 문제까지 겹쳤다. 이케노우치 슌이치 사장과 임원들이 클럽하우스에 설치된 의료시설을 이용한 후 보험을 부정 청구했다. 직원들의 임금도 체불했고 해당 사건은 공론화됐다. 이케노우치 사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클럽은 경영진 부재라는 상황을 맞았다.

J리그 각 클럽은 다섯 가지 요건(경기·인사·시설·법부·재무)을 모두 해결해야 클럽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재무 부문이 가장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J리그 연맹은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는 클럽을 임의로 하부 리그로 강등시킬 수 있는 직권을 갖고 있다. 나가사키는 강등까지 걱정해야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나가사키의 반전이 시작됐다. 나가사키를 연고로 하는 일본의 홈쇼핑 기업 쟈파넷이 구단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전부터 인연은 있었다. 2009년부터 나가사키의 스폰서를 맡은 이후 사실상 최대 주주이기도 했다. 쟈파넷은 지난

5월 16일 구단 주식을 전부 취득했고 나가사키를 쟈파넷 홀딩스 그룹의 자회사로 만들었다.

쟈파넷의 창업자이자 나가사키 출신의 다카타 아키라 씨가 새롭게 클럽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는데 신의 한 수가 됐다. 일본 내에서 쟈파넷은 최대 홈쇼핑 업체로 통한다. TV만 틀면 프로그램 중간 중간에 쟈파넷의 홈쇼핑 광고가 노출된다. 상품을 소개하는 호스트 MC가 다카타 사장 본인이다보니 인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월을 끝으로 방송에서 은퇴했지만 특유의 목소리와 표정은 팬들의 기억에 남았다. 다카타 사장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있다. 스스로를 나가사키의 인기를 올리는 데 활용했다. 신문 전면 광고에 자신의 사진을 크게 넣고 '나가사키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었다.

구단에 활기를 불어넣을 직원들을 새로 모집했고 전혀 맞지 않았던 클럽의 수익과 지출 균형을 맞추는 데 힘을 쏟았다. 클럽 재건 과정에서 이케노우치 전임 사장이 관중수를 날조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7월 J리그 연맹으로부터 벌금 300만엔(약 3천만원)제재까지 받았지만 상황을 잘 넘겼다.

불미스런 일과 사건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나가사키 축구도 안정되기 시작했다. 5년간 지휘봉을 잡은 다카기 다쿠야 감독의 지도력과 철학이 팀에 녹아들었다. 단단한 수비와 빠른 역습은 나가사키의 팀 컬러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전략이 초반부터 먹혀들며 리그에서 줄곧 상위권을 달릴 수 있었다.

좋은 경기력이 이어지자 승격도 현실이 됐다. 나가사키는 지난 11일 카마타마레 사누키와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이날 비긴 나고야 그램퍼스를 따돌리고 리그 2위를 확정했다, 팀 창단 14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팀 신기록도 함께 세웠다. 리그 최종전이던 지난 19일 자스파군마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면서 8월 27일부터 이날까지 치른 13경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저력을 보였다. 이 기간 10승 3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다카타 사장은 시즌이 끝난 27일 일본 언론 ''비즈니스 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축구와 사업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같은 목적이 있다"며 "내가 처음 취임했을 때 나가사키는 수지 타산도 맞지 않고 급여 체불 등 문제가 많았지만 그런 것들을 바로잡는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나가사키는 축구 외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했다. 홈 팬을 모으기 위해 상품 사업을 대대적으로 늘리기도 했고 빈약하다고 평가받던 경기장 내 음식도 개선했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J2리그에선 드물게 LED 광고판을 설치했다. 팬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연고지역의 식당 및 침구 회사 등과 연계해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시즌이 끝난 후 포상으로 선수들에게 하와이 여행권을 줬다.

다카타 사장은 "지지 않으면 홈 팬들은 많아지기 마련이다. 늘어난 팬들이 경기장에서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연구했다"고 마케팅 이유를 설명했다.

효과는 극적으로 나타났다. 지지 않는 축구에서 이기는 축구. 여기에 경기장을 찾는 재미까지 더한 나가사키는 올 시즌 평균 관중 5천941명으로 지난 시즌의 4천625명과 비교해 1천명 이상 늘어났다. J2에서 관중이 1천명 이상 늘어난 팀은 나가사키가 유일하다. 경기장이 있는 나가사키 현의 이사하야시 인구가 13만명을 조금 넘긴다는 것(2017년 10월 기준)을 고려하면 다카타 사장의 전략이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다.

시즌이 끝난 후 구단은 나가사키현으로부터 '2017년 나가사키현 표창 특별상'을 받았다. 이 표창장에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J1 승격을 이뤄 나가사키 현민에게 커다란 꿈과 감동을 준 것과 동시에 현의 스포츠 수준을 크게 올리는 데 공헌했다"라는 문구가 있다. 나가사키는 축구에서의 끈끈한 지역 밀착 그리고 과감하고 다양한 투자가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됐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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