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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미스티'★★★★


뻔한 어른멜로? 김남주가 보여준 품격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한 구의 사체가 발견됐다. 용의자로 몰린 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그를 압박하는 형사 앞에서도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한다. "30분 안에 끝내주세요. 뉴스 시간에 늦으면 안되니까." 취조실 밖에서 지켜보는 형사들의 입에서 '역시'라며 탄성이 나온다. 팽팽한 긴장감이 화면 밖까지 뿜어져나오고, 시청자들은 김남주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지난 2일 첫방송 된 JTBC 새 금토드라마 '미스티'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지진희 분), 그들이 믿었던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격정 멜로 드라마다.

본격 격정 멜로에 앞서 카메라와 시청자들은 고혜란의 삶을 쫓았다. 고혜란은 신뢰도 1위는 물론 5년 연속 올해의 언론인상을 수상한 최고의 앵커. 아름다운 외모에 포커페이스, 뛰어난 능력까지 갖춰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본인의 성공은 물론 검사 출신의 국선 변호사 남편까지, 화려한 배경도 갖췄다. 적어도 겉으로는 완벽한 삶이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것을 포기했고 그래서 외로운 삶이었다. 그녀 주변엔 온통 그를 공격하는 사람 뿐, 그를 지켜주는 조력자는 없다.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남편 태욱(지진희 분)조차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내달리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고, 위태로운 쇼윈도 부부로 지내고 있다. 시어머니는 그녀의 배란일까지 챙기며 꼬박꼬박 간섭했고, 반면 병원에 있는 친정 어머니는 "넌 그냥 이쁘게 꽃같이 그렇게 살아" "넌 성공해야 해. 보란듯이"라며 그녀를 옥죈다. 직장은 그를 향해 맹수처럼 달려드는 이들로 넘쳐나는 '사냥터'다. 혜란의 능력을 시샘하고 질투하고, 깎아내리고, 또 그 자리를 탐냈다. 젊음이 무기인 후배 앵커 한지원(진기주 분)은 아예 대놓고 "그 나이에 욕심 부리지 마세요. 추해요"라고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최고의 앵커 자리를, 지금의 삶을 지켜내는 것은 오롯이 혜란 본인의 몫이다. 수단 가리지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든다. 후배에게 앵커직을 내줄 위기에 처한 그는 골프 신성 케빈 리(고준 분)의 인터뷰를 성사 시키겠다고 했고, 그날 운명의 장난처럼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그를 붙잡는 남편에게 "바닥"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도 그가 향한 곳은 병원이 아닌 공항. 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으로 눈물을 쏟는 그 모습도, 장례식장 육개장을 우걱우걱 집어삼키는 모습은 혜란의 '포기'와 '슬픔'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혜란의 고독한 정서를 공유했고, 외로움을 연민했다. 다들 '독한 년'이라 부르는 그녀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심지어 응원하게 됐다. 멜로의 시작점에서 주인공 혜란의 정서에 온전히 설득 당했으니, 제작진들의 계산은 성공한 셈이다.

본격 스토리가 시작된 2회는 더 흥미롭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케빈 리(고준 분)는 고교 동창 서은주(전혜진 분)의 남편, 그리고 자신과 뜨거운 사랑을 나눴던 옛 연인이었다. '별볼 일 없어' 버렸던 그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남자가 됐다.

다시 재회한 최고의 골퍼 케빈 리, 옛 남자 재영의 도발이 시작됐다. 재영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골프 대회 우승 소감을 묻는 말에 "잘 봤니? 그게 나야. 어때 이래도 내가 별 볼 일 없는 놈이야?"라며 모두를 당황시켰다. 다음 목표를 묻자 "고혜란씨요"라고 답하더니 "고혜란씨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가 되는 거요"라는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농담으로 치부된 그 말, 그러나 혜란은 평소와 달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고, 화면으로 지켜본 남편 태욱은 그 눈빛의 흔들림을 포착해냈다. 혜란의 기억 속에서 한 번씩 떠오르는 그 남자와의 격정적인 스킨십, 그리고 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다가서는 재영, 재영과 은주의 다정한 모습을 보며 질투심까지. 아슬아슬한 이들의 관계가 숨막힐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두 사람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면서, 위험하고 위태로운 멜로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혜란이 후배 앵커 지원의 치명적인 스캔들을 만들어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살인 사건 증거물을 들이미는 형사에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라며 대답하는 마지막 장면이 잇달아 그려지는 등 드라마는 방영 내내 시청자들을 몰아붙였다. 폭풍전야 같은 혜란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19금'을 앞세운 '미스티'는 '어른멜로'로 화제가 됐던 작품. 예고편에서 공개된 김남주의 수위 높은 노출신과 스킨십 등이 먼저 시선을 끌어당겼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미스티'는 '불륜' 혹은 '수위'가 전부인 막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파격 소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부터 미스터리한 사건 배치, 입체적인 캐릭터까지, 훨씬 기대 이상이다. 한 여자의 욕망, 살인사건의 진실, 그리고 치명적인 멜로가 얽히고 설키며 곳곳에 물음표를 심어놨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전개도 스토리에 깊게 몰입하게 했다.

무엇보다 김남주의 연기는 드라마의 '품격'을 높였다. "느낌과 몸짓 잡는데 3개월 걸렸다"고 고백할 만큼, 캐릭터에 공들인 흔적인 역력했다.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 등 앵커 연기는 물론, 과거의 남자와 대면했을 때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고혹미와 섹시함, 위기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한 여유로운 카리스마와 압도적인 포스까지, 그야말로 최고의 캐릭터가 완성됐다. 무엇보다 김남주는 욕망과 고독, 외로움 등 혜란의 심리를 치밀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내 혜란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소화해낸 지진희, 옛 연인 역할을 매력적으로 연기한 치명남 고준, 그리고 혜란과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전혜진, 진기주까지, 그 어느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 촘촘히 배치됐다. 멜로와 살인사건 등 앞으로의 흐름이 더 중요해지면서, 이들이 김남주와 어떠한 관계를 보여줄지도 기대감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빅픽처'를 그리며 성공적인 밑밥을 깔아둔 '미스티',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고 또 궁금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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