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JTBC '믹스나인'에 남유진으로 출연한 아이디는 방송 초반 악플에 시달렸고, 순위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극적인 드라마도 없었다. 다만 소리없이 강했고 꾸준했다. 그렇게 수개월의 대장정을 마친 아이디의 최종 순위는 5위. 어느새 악플도 다 사라졌다. 남자 팀이 승리하면서 걸그룹으로 데뷔하는 건 무산됐지만 아이디는 "순위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에 5위로 제 이름이 불렸을 때 충격이었어요. 정말 제 이름이 맞나 싶었거든요. 현장에 다른 참가자들의 팬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제가 어리둥절해 하니까 박수를 쳐주면서 '5등 맞아요'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아이디에게 '믹스나인'은 완전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걸그룹 연습생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아이디가 추구해온 블랙뮤직은 걸그룹의 음악과 전혀 다른 지점에 있고, 춤보다는 곡 작업이 더 익숙했다. 힘들었지만 아이디는 그곳에서도 재미를 찾았고 성장했다.
"'믹스나인'을 하면서 무엇보다 저와 회사를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아서 나름 만족해요. 또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가수와 지망생들을 본 것도 처음이고 함께 연습을 한 것도 처음이에요.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연습 뿐만 아니라 자기관리도 철저하더라고요. 열심히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고, 저도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아이디는 사실 방송 초반만 해도 비호감 참가자였다. '믹스나인'은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인데, 양현석이 기획사투어 오디션을 할 당시 아이디가 했던 말들 중 "저의 정체성은 아티스트다. 아티스트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이용가치가 있을 것" 등의 발언이 반감을 샀다.
아이디는 억울한 부분이 많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열심히 하다 보면 시청자들도 알아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가 '믹스나인'에 피해만 줄 거라 생각해서 제안을 거절했어요. 그러다 제작진이 좋은 회사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이 프로그램 취지고, 절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로 섭외하는 것이고, '서로를 이용하자'고 해서 출연했어요. 그런데 편집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웃음) 그때 많은 얘기를 했어요. 콘셉트에 맞지 않는데 그 틀에 맞춰넣으려는 시스템이 싫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렇게 방송됐더라고요."
아이디는 방송을 본 뒤 대중이 자신을 좋게보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금방 탈락할 줄 알았다. 그때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열심히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서서히 악플이 줄어들었고, 조금씩 순위가 상승했다.
편집과 악플보다 더 힘들었던 건 춤이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춤을 춰본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습득 속도가 더뎠다. 특히 수시로 안무가 바뀌기도 하는 서바이벌 오디션의 특성상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이겨냈다.
"제가 양현석 심사위원님에게 쓴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신곡 음원 배틀 무대에서 선보인 '허쉬' 공연 때 처음 칭찬을 들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견줘도 안무적으로 빠지지 않는다고 오히려 더 잘 보인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열심히 해왔던 게 떠오르면서 굉장히 벅찼어요.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최종 데뷔조에 든 순간도 기억에 많이 남고요."
수개월간 걸그룹으로 살았던 아이디는 이제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과분한 사랑을 받은 만큼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제가 '믹스나인'에서 보여드린 게 거의 없어요. 그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에 부합하는 앨범으로 나오기 위해 정성을 들여서 준비하고 있어요. 곡 작업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믹스나인' 전부터 해외 정식 앨범을 준비중이었는데 그것도 있고 국내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조만간 좋은 음악 들려드릴 테니까 많이 기대해 주세요."
한편, 아이디는 2016년 7월 제프버넷과 프란시스가 만든 곡 '사인(Sign)'으로 데뷔했다. 이후 짙은 알앤비 소울 '외롭지 않아', '타입(Type)', 정규앨범 '믹스비(Mix B)'를 발표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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