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동북아 정세의 불안에 날씨 걱정까지, 큰 우려만 있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라는 메시지를 들고 한민족 앞으로 왔습니다.
9일 평창 스타디움에서 열렸던 개막식은 그야말로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제대로 담은 것 같습니다. 남북의 공동입장부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박종아, 정수현이 함께 성화를 들고 평화를 외치며 올림픽 유치전에 나섰던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 전달하는 과정 모두가 극적이었습니다.
심지어 날씨에도 갑자기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봄이 온 것처럼 느껴진 강릉에서 평창으로 올라오자 조금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롱패딩에 두꺼운 양말과 발열 기능 의류, 방한화까지 단단하게 갖춰 입고 평창 스타디움을 찾았는데 많이 당황이 되더군요.
물론 개막식 3시간을 밖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가 상당히 힘들더군요.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태권도 시범단의 사전 공연을 알고 있었는데 한국 중심으로 세계태권도연맹(WTF) 시범단과 합동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예상보다 빨리(?) 기자실에서 기자석으로 뛰쳐나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남과 북의 약간 다른 태권도는 호기심을 일으켰습니다. 관중석 상단의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흔들고 있는 것을 집중해보니 어느 순간 추위가 사라졌답니다. 볼거리가 많으니 시간이 빨리 갔다고 하면 같은 장소에 있었던 관중들께서 동의할 지 모르겠네요.
개막식은 구성이 알찼습니다. 다섯 어린이가 평화의 답을 찾는 과정을 보는 것은 호기심 그 자체였습니다. 내전과 기근 등으로 신음하는 '오대양 육대주'로 표현되는 전 세계인들에게 함께 평화를 향해 노력하자는 움직임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실 올림픽 개막 과정을 되돌아보면 평화를 강조함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평창 올림픽의 가장 큰 위협은 역시 같은 민족이지만 갈라져 있는 북한이었죠.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을 거듭하는 북한의 전격 올림픽 참가에 '남·남 갈등'은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 대결로 갈렸습니다.
소모전처럼 느껴졌지만, 스포츠의 순수성을 훼손하며 정쟁을 벌이는 집단을 보며 국민적인 염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단일팀 역시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서로 유리한 부분만 확대 해석하느라 바빴죠. 이념과 사상, 정치와 종교를 초월하는 스포츠 정신을 제발 좀 새겨 공정한 플레이를 하라고 하면 지나칠까요.
어쨌든 논쟁에 휩싸인 올림픽은 순식간에 눈앞에 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얼마나 잘 치러 내느냐가 중요합니다. 평화를 유지하기로 했다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동력과 힘이 필요하겠죠.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 있는 일본 니칸 스포츠의 한 기자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던 개막식이다. 올림픽 구성원 모두가 이 메시지를 새겨 경쟁했으면 한다. 한국, 북한, 미국은 물론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심을 잡고 공정한 스포츠의 세계처럼 서로 협력, 경쟁했으면 한다"는 포괄적인 소감을 던졌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리하기 어려운 과제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은 평화올림픽입니다. 폐막까지 일관된 태도가 유지, 다섯 어린이가 평창에서 평화의 기운을 꼭 찾아 행복함을 느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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