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황정민이 영화 '공작'에서 실존 인물인 대북공작원 '흑금성'을 연기한 감회를 알렸다.
12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의 윤종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이성민, 주지훈이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1일 밤 칸에서 첫 공개됐다.
영화가 주인공으로 삼는 흑금성은 잘 알려져있듯 실존 인물이다. 1990년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작 활동에 투입됐던 이 인물이 '공작'에서 배우 황정민의 연기를 통해 극화됐다.
흔한 액션 장면 하나 없는 '공작'이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는 극 중 흑금성 박석영과 북한군 장성 리명운(이성민 분), 안보부 과장 정무택(주지훈 분) 등 주요 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무언의 경계다. 그 이야기를 완성한 현장의 중심엔 황정민이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황정민은 "스스로 난관에 봉착하거나 힘들 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진실하자' '거짓말 하지 말자'라는 것"이라며 "무슨 일이든 정직하게만 하면 당장은 몰라도 나중에 분명 빛을 발할 거라고 늘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석영이라는 인물도 기존 첩보물에서 캐릭터를 만들려 하지 말고 처음 내가 대본 읽고 느낀 감정을 정직하게만 잘 표현하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배역을 연기하기 전, 황정민은 캐릭터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 '흑금성'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흑금성을 한 번 만났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분이 쓴 일기 같은 수기가 있어 열심히 잘 읽고 만나뵀다"며 "이야기도 많이 듣고 싶었는데 워낙 눈을 잘 못읽겠더라. '세다'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윤종빈 감독과 '나도 저런 눈을 가질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안 될 것 같아'라고 이야기했다. 그 분은 수십 년 간 그 작업을 했던 사람 아닌가"라고 당시 느꼈던 마음을 떠올렸다. "실제 뵈었을 땐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완전히 창조된 인물이 아닌, 실존하는 사람을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는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부담을 안기기 마련이다. 황정민은 "그래서 처음엔 힘들고 조심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그 때(제작 당시)만 해도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던 때였다"며 "또 하나의 고민은 박석영이라는 인물의 딜레마가 황정민의 딜레마일 수도, 우리나라 국민들의 딜레마일 수도 있겠더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에 대해 제대로 잘 알려주고 싶었다. 그 이데올로기 안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잘못 교육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 그 개인이 무너지지 않나. 그 딜레마가 오는 순간이 분명 있는데, 그걸 어떻게 다독여 그 신념을 쌓고 계단을 밟아올라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답을 이어 간 황정민은 "거기에 리명운이라는 사람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 분명 있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알렸다.
극 중 박석영의 고민은 표면적으로 공작원으로서 느끼는 직업적인 것으로 읽히지만, 보기에 따라 그 어느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보편적으로 공감할법한 갈등이기도 하다.
황정민은 "나에게 정말 큰 숙제였다"며 "물론 나라를, 국가를 위해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니 거기서 오는 딜레마가 있었을텐데 리명운이라는 사람을 통해 다시 알고 해결하게 됐을 것"이라고 박석영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는 배우 황정민이 배우로서 느끼는 딜레마가 늘 있지 않나"라며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고민, 이 일을 잘 하고 있는지, 이게 맞는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뭐 하고 살지?' 같은데서 오는 고민들과 겹쳐져서 오히려 재밌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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