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전북 현대의 27개 슈팅 중 12개의 유효슈팅을 온몸으로 막은 이범수(28, 경남FC) 골키퍼는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17세 이하(U-17), 20세 이하(U-20)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가능성을 확인받았다.
2010년 전북에 입단해서도 꽃길만 걸을 것 같았다. 하지만, 권순태(34, 가시마 앤틀러스)라는 큰 벽에 가로막혔다. 최근 수술대에 올라 재활하고 있는 홍정남(30)은 물론 김민식(33)에게도 밀려 입단 2014년까지 K리그에서 겨우 3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2015년 K리그2(2부리그) 서울 이랜드FC로 이적해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역시 쉽지 않았다. 국가대표 출신 김영광(33)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2016년 대전 시티즌으로 옮겼지만 13경기 출전에 그쳤다.
다시 한번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이범수는 지난해 경남 유니폼을 입었다. 21경기를 뛰며 K리그1 승격에 숨은 공로자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다시 밟은 K리그1은 녹록지 않았다. 초반 4연승을 거두는 과정에서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손정현(27)의 활약이 빛났다. 이범수는 또 기다렸다.
절묘하게도 지난달 28일 FC서울과 20라운드에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체력을 걱정한 김종부 감독과 박종문 골키퍼 코치의 선택이었다. 이날 이범수는 무난한 선방을 보여주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21라운드에서 이범수는 친정을 상대로 선방쇼를 보여줬다. 후반 로페즈, 아드리아노, 이동국 등 이름만 들어도 떨리는 공격진을 상대로 철통 방어를 보여줬고 1-0 승리를 이끌었다. 경남은 전북 원정에서 무려 2007년 8월 19일 이후 4천5일 만에 승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전북 팬들은 이범수와 경남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0-1 패배와 경남의 투혼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전북 팬들은 "이범수"의 이름을 외쳤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취재진과 만난 이범수는 "이렇게까지 경기를 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승리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2위 경남이 패했다면 1위 전북과 승점 차이는 17점이나 났을 것이다. 이기면서 11점으로 줄었다.
이범수는 "어린 시절 전북에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하면서 (전북 팬들에게는) 나약한 이미지가 있었다. 팬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니 울컥한 느낌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전북에서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전반에 무실점하면 후반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집중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한 살 많은 형 이범영(29, 강원FC)과는 늘 비교됐다. 이범영도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이다. A대표팀에도 오가는 등 이범수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래서 더 보여주고 잘하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범수는 "경남은 선수단 분위기가 정말 좋다. 소위 배고픈 선수가 정말 많다. 경력이 화려한 선수가 많지 않다. 배고프니 절실함이 무엇인지 안다"며 2위 돌풍의 이유를 전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남의 경기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수는 "매 경기에 집중하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감독님도 준비를 많이 했다. 선수들에게 세세히 지시했다"며 90분 집중력을 앞세운 것이 통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단이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 감동적이었다는 이범수는 "감독님도 어려운 시절을 겪어 보셔서 우리의 심정을 아신다. 지금 시점에서는 선수단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러면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모두가 열심히 뛰어주고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고 감동을 표현했다.
조이뉴스24 전주=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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