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Come on Sonny"
옆줄을 타고 질풍 같은 드리블을 통해 동료에게 패스하는 손흥민(26)을 향해 웸블리 스타디움의 토트넘 홋스퍼 팬들은 계속 앞으로 달리라고 소리를 쳤다. 손흥민에 대한 격한 애정이 아니라면 굳이 소리를 칠 필요가 없었다.
6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 가을비가 거세게 내리는 가운데 토트넘은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토트넘-카디프시티의 경기가 열렸다.
토트넘은 지난 4일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2-4로 패한 뒤 짧은 회복을 하고 카디프와 만났다. 8만석이 가득 찼던 바르셀로나전과 달리 카디프전은 절반의 관중만 관중석을 메웠다. 비까지 내려 인파가 다소 급감했고 카디프가 토트넘전 전까지 2무 5패로 강등권에 있던 팀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하지만, 상대와 상관없이 토트넘 팬들은 완승을 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계속 승점을 쌓는 것이 중요했다. 그 중심에는 해리 케인과 함께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이 있었다.
경기장 공식 용품샵에는 인파로 틈이 없었다. 조이뉴스24가 방문했던 지난해 12월 말과 변함없이 손흥민의 유니폼은 여전히 케인과 함께 전면에 내세워져 있었다. 홈 유니폼은 물론 제3(서드) 유니폼까지 손흥민의 영문명(SON)이 눈에 들어왔다.
손흥민을 활용한 상품은 더 늘었다. 모자도 등장했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한국인 판매직원은 "손흥민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판매량만 빠지면 거의 1, 2위를 다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토트넘 연간 회원 가입을 독려하는 홍보물에도 손흥민은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손흥민은 토트넘 마케팅의 전면에 있었다.
경기장 내 스포츠 베팅 부스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됐다. 누가 첫 골을 넣고 어떤 점수로 이기느냐는 베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골잡이 해리 케인이 첫 골을 넣고 2-1로 이기면 190파운드(한화 약 28만원6천원)이 환급된다.
두 번째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첫 골을 넣고 4-0으로 이기면 260파운드(39만2천원)이 환급된다. 그만큼 카디프를 상대로 '이긴다'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손흥민이 진짜 골을 넣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베팅 부스 바로 옆 TV에는 손흥민의 지난 시즌 골 하이라이트가 방송되고 있었다. 올 시즌 골이 없는 손흥민에 대한 중계 방송사의 분석이었다. 이를 보고 있던 리빙 커닝엄 씨는 "한국에서 왔는가. 쏘니가 아시안올림픽(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지칭) 금메달을 따서 정말 기쁘다. 이제는 더 마음 편하게 경기를 했으면 싶다. 오늘은 골이 터지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고등학생인 아들 조니 커닝엄도 거들었다. 그는 "쏘니는 한국 대표팀을 위해 정말 많이 희생하는 것 같다. 골을 넣지 못해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 팬들은 골을 넣어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지금도 충분히 좋고 소중한 '나의 선수'다"고 말했다.
비가 내리는 관중석에서 팬들은 토트넘 선수들의 소개마다 소리쳤다. 손흥민이 소개되자 태극기가 여기저기서 머리 위로 돌아갔다. 영국 여행을 와서 경기 관전을 선택한 윤경은 씨는 "영국 여행은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세 번까지는 축구 관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넣었다. 이제는 영국, 특히 런던 여행에서 손흥민 경기를 보는 것은 필수 코스가 된 것 같다. 민박집에서 만난 여행객 대부분이 그렇다. 함께 보러 왔다"고 전했다.
이날 손흥민은 전반 막판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하지만, 빠른 돌파로 막혀 있던 공격을 풀어냈다. 후반 27분 라멜라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나자 일상화된 기립 박수가 터졌다. 득점하지 못해도 토트넘 팬들은 비난, 비판 대신 격려를 쏟아냈다. 한 경기만 못해도 비판이 나오는 국내와 달리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토트넘의 중심으로 분명하게 자리 잡은 손흥민이다.
토트넘은 전반 8분 터진 에릭 다이어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승리했고 3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A대표팀 소집을 위해 곧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향했다. 우루과이, 파나마전 모두 매진된 것을 감사히 여기며 팬들을 위해 뛰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 11월 A매치 불참 전까지는 국내에서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며 계속 피곤한 생활을 해야 하는 손흥민이다.
조이뉴스24 런던(영국)=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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