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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4년]다시마 日축구협회 회장 특별대담①"한국의 힘을 더 배워야죠"


라이벌에서 건전한 동반자로 가려는 일본, 세계와는 경쟁을 원한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어느 분야에서나 일본과 경쟁하면 '라이벌'이 된다. 스포츠라면 더 그렇다. 특히 '내셔널리즘'이 가장 강하게 충돌하는 축구대표팀 경기라면 더 그렇다. 그 유명한 "왜놈(일본)'한테 지면 '현해탄(대한해협)'에 투신하라"는 말도 축구에서 비롯됐다. 그만큼 축구 한일전은 모두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여전히 넘어야 하는 라이벌로 여기고 있지만, 아시아 축구를 벗어나 세계 무대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탈아(脫亞)를 지향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이란,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경쟁자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조이뉴스24'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국내 인터넷 매체, 신문 최초로 지난 9월 27일 일본 도쿄의 일본축구협회(JFA 하우스)에서 다시마 고조 회장을 만났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인상부터 세계를 향하려는 일본 축구의 정책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어봤다.

"정몽규 회장을 어제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만났습니다."

체격 좋은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대뜸 아시아 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에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만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정 회장과는 친분이 깊은 편이란다. 한일 양국 축구의 교류 방안부터 동아시아 축구 발전 방안 등 많은 과제를 놓고 정 회장은 물론 이전 정몽준 명예회장, 조중연 전 회장과도 잦은 교류를 했다고 한다.

"사실 저는 그 세 명만 만나 봤죠. 나머지는 기술위원장들 정도와의 만남입니다. 하지만 모두 축구를 굉장히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죠. 그렇지만, 일본보다도 축구라는 스포츠의 가치가 보다 정치적인 것과 연관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도 든다. (조이뉴스24= 동의한다.) 다만, 그런 이유는 한국 축구가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가치가 높고 또 크기 때문이다. 일본은 축구가 인기를 얻은 지 10~2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축구가 늘 높은 곳에 있지 않았나. 우리는 한국을 쫓아가고 또 쫓기면서 라이벌로서 인정을 받았고 또 월드컵에도 나갈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따라가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한국 내에서 야구 등 다른 스포츠들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말이다."

J리그와 대표팀이 동반 성장한 일본

한국은 일본이 앞서가던 2002 월드컵 유치전에서 '단독'이 아닌 '공동 개최'로 만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일본 입장에서는 분명 허탈할 노릇이었지만, 월드컵을 국내에서 보고 싶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쾌거'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한일월드컵을 치르면서 인프라는 확장됐지만 축구 열기는 늘 냄비처럼 끓어 오르다 식기를 반복하고 있다. K리그는 점점 더 관중이 줄어가고 대표팀은 상황에 따라온, 냉탕을 오가는 등 여전히 불안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은 1995년 J리그를 출범시키면서 철저히 지역성에 기댔다. 그 결과 빠르게 성장했고 내실을 다졌다. J리그의 탄탄한 기반은 대표팀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J리그를 통해 유럽 무대로 진출하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K리그보다 떨어지지만, 마케팅이라는 좋은 포장 능력에 유럽 주요 구단과의 자매결연 등 교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거액의 중계권 계약으로 J리그 노출 효과 극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중국 슈퍼리그가 막강한 자금을 앞세워 성장하면서 중간에 낀 K리그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J리그, 미국 프로축구(MLS) 등 모델 연구에 골몰하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맞지 않은 옷만 입으려는 모습이다. 프로리그와 A대표팀은 상호 보완 관계라는 점에서(조이뉴스24=유럽 등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이 선발된다고는 하지만) 더 그렇다.

"(전 J리그 초대 회장이자 JFA 명예회장인) 가와부치 사부로가 확실한 이념을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다. 기업 이름을 넣으면 안 된다는 의지 말이다. (J리그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의 스포츠는 기업의 도움을 받아 당연히 기업의 이름을 넣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J리그는 기업의 서포트가 아닌 지역에 밀착한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뒀고 또 그게 흔들리지 않은 것이 가장 컸다. 아울러 J리그를 만드는 이유는 바로 국가대표가 강하게 되는 기반이라는 명분이 확실히 있었다. 그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 지금의 일본 축구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게 가장 강한 토대다."

차근차근 토대를 만든 일본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처음으로 한국보다 나은 16강 진출 성적을 거뒀다.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침착함이 돋보였다. 물론 폴란드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볼 돌리기로 비판을 받았지만 16강 진출이라는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벨기에와 16강전에서 종료 직전 실점해 패하기 전까지도 인상적인 경기력이었다. 일본 축구의 세계화, 즉 '탈아'에 대한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본 경기였다.

"아직 일본은 아시아에서 최고는 아니다. 한국, 이란, 호주, 등이 있다. 그러나 바라보는 곳은 늘 세계 최고여야 한다. 아시아 최고라는 것은 하나의 통과점이다. '우리는 세계를 바라본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모두가 축구를 외면한다. 일본 축구가 약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국내의 학벌, 기업 파벌 등 너무나 지엽적인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메달을 따자'라든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뭔가 하자'고 말하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세계 무대를 노리자고 하면 오히려 지원해준다. JFA는 그런 주장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16강, 8강, 우승 등 꾸준히 말해야 한다. 또, 그 목표에 걸맞은 팀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조성해야 한다."

기술이라는 기본 바탕에 한국의 강점인 정신력까지 이식하고 있는 일본

한국에서 일본 축구 이미지는 다소 희화화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일련의 독특한 사건들만 보도되니 독자들이나 축구팬 입장에서는 '특이하다'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세계적인 스타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빗셀 고베), 페르난도 토레스(사간 도스)가 J리그에 진출한 과정보다 팀 성적에 묻힌 개인의 경기력에만 더 집중하는 경우가 잦다. 또는, 바히드 할릴호치지 전 대표팀 감독과 JFA 사이의 1엔 소송 등 흥밋거리 위주의 시선이 그렇다. 종종 일본 현지나 국제무대에서 만나는 일본은 무섭고 치밀하게 미래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도 말이다.

특히 러시아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 중 14명이 유럽파였다. 이후에도 유럽 진출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일본, 중동 등 높은 몸값과 연봉이 기다리는 무대로 향하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다. 리그의 크기와 상관 없이 도전하는 일본 선수들의 자세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병역 의무 이행으로 인해 20대 초반 이후 도전이 쉽지 않은 한국의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J리그는 좋은 선수가 유럽에 가면 리그 차원에서 손해라 할 것 같다(웃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에서 뛰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최정상을 노릴 수 없다. 선수들이 독일에 가고, 또 독일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벨기에에 간다. 세계 곳곳에서 뛸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말한다. 그렇게 해야 세계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예를 하나 들겠다. 벨기에가 (러시아월드컵에서) 4강에 들지 않았나. 하지만 벨기에서 뛰는 선수는 거의 없다(웃음). 대부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 좋은 팀에서 뛴다. 역시 수준 높은 경기를 매주 하고 매일 연습하는 팀이 아니라면 개인의 능력도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더 수준이 높은 곳에서 뛰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J리그가 그런 수준이 높은 리그가 돼준다면 더욱더 기쁠 것 같다."

한국 축구의 강점 중 하나는 '투혼'으로 대표되는 정신력이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참패당해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된 뒤 벨기에전에서 이임생의 붕대 투혼 등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1-1로 비기며 돌아왔다. 2002 월드컵도 초인적인 힘을 보여줬고 이후 대회에서도 고비마다 정신력이 발동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신력도 일본에 추격당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기술을 중시하기 시작했다면 일본은 기본인 기술에 '팀 스피릿'으로 대표되는 정신까지 덧붙여내고 있는 흐름이다.

그 전환점은 2016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전이었다. 현장에서 당시 경기를 취재했던 조이뉴스24는 두 골을 내주고도 집요하게 한국 수비를 공략해 3골을 넣는 일본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물론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4-1로 이기며 아우들의 복수까지 해줬지만, 월드컵 본선의 차이나는 결과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프로팀도 비슷하다. 2015년 전북 현대는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서 감바 오사카에 홈 1차전을 0-0으로 비긴 뒤 원정 2차전 종료 직전 실점하며 2-3으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가장 최근에는 수원 삼성이 4강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에 원정 1차전 종료 직전 실점하며 2-3으로 패한 뒤 2차전에서 3-1로 이기고 있다가 3-3으로 비기며 탈락했다. 지키지 못하고 지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가시마 감독과 선수단 입에서 나왔던 소감이 한국에서 자주 쓰는 '원팀'을 만드는 데 있어 주재료인 '정신력'이었다.

"정신적인 부분의 강함은 선수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내적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여기서 지면 맞는다', ‘지면 혼난다' 등의 일을 신경 쓰고 위축된 상태로 동기 부여가 생긴다면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혼다 게이스케나 나가토모 유토 등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스스로 이기고 싶어 하는 내적 동기부여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뿐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를 언급하기 이전에 일본 선수들은 예전에는 코치에게 혼나면서 동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내적 동기 부여를 잘할 수 있는 선수들이 늘었을 뿐이다고 본다."

이는 일본 취재진도 느끼는 부분이다. 지난 5월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취재 왔던 풋볼채널 후나키 와타루 기자는 조이뉴스24에 "일본 축구는 조금씩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있지만, 요소요소에 리더가 없어서 애매한 상황에서 누군가가 정리를 해주지 못한다"고 했다. 일부분은 동의했지만, '한일'의 기준으로 본다면 동의하기 어려웠다. 혼다 케이스케(멜버른 빅토리), 하세베 마코토(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등 물고 늘어지는 정신력을 앞세운 리더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분명 (정신력까지 무장한) 선수들이 늘고 있다고 본다. 과거 한국에 초반에 확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선수들은 일본을 상대하면 무조건 초반에 밀어붙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더라. 그러면 이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알 수 있었듯이 역전하는 힘이 생겼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도 그랬다. 물론 한국에 손흥민이 있었지만 버티고 버티는 힘이 조금은 생기고 있다."

"스스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선수라면 세계에서 통할 것"

A대표팀 등 상위 대표팀의 변화는 곧 유소년까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한국의 정신력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한국의 힘을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야말로 세계에서 통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라고 보고 있다. 적자생존이다. 약한 선수들은 도중에 나가떨어지고 강한 선수들은 살아남아 위로 올라간다. 예를 들면 한국은 엘리트 교육을 하면서 강한 선수들만 남기지 않나. 우리는 그 부분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저변을 넓혀야만 어떤 거대한 산이 생긴다고 보고 있다. 그렇기에 보급을 하고 유스 육성을 해야 하고 또 더 많은 학교에 축구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피지컬 좋은 상대만 만나면 무너지는 모습(예-2014 브라질월드컵 코트디부아르전)은 더는 보이지 않는다. 기본기에 기술을 장착하며 소위 '스시타카'를 했던 일본의 아기자기함에 투쟁력까지 붙은 모습은 인상적이다.

"한국은 힘, 좋은 피지컬, 빠른 전개로 승부를 보려고 하지 않나. 그게 한국의 철학이라고 보고 또 한국의 역사라고 본다. 일본은 그런 역사가 없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월드컵에 나가서 패스를 확실히 연결한다는 것을 우리의 철학으로 삼았고 그게 역사가 됐다."

그래서 일본은 월드컵 직전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을 급히 세워 16강 성과를 낸 뒤 U-23 대표팀을 맡고 있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전격 선임했다. 상황에 따라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예정된 아시안컵에서도 겨루기가 가능하다.

과연 일본은 어떤 길을 걸으며 한국과 마주할까. 다시마 회장은 확신이 넘치는 어조로 생각을 털어 놓았다.

<②편에 계속…>

*다시마 고조 일본축구협회(JFA) 회장은…

-1957년 11월 21일생-일본 구마모토 출신

-일본 국가대표 7경기 1골

-일본 축구 명문 쓰쿠바대학 재학 시절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선발

-후루카와 전기공업(현 제프 유나이티드) 축구부

-현역 은퇴 후 독일 쾰른 체육대학서 코치자격증 획득

-1987년 쓰쿠바 대학 축구부 코치, 동 대학 조교수 등 역임

-1993~1996년 JFA 기술위원

-1998년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1999년 일본 15세 이하(U-15) 대표팀 감독

-2006년 JFA 기술위원장, 전무이사

-2010년 JFA 부회장

-2016년 JFA 최초로 실시한 회장 선거에서 당선

조이뉴스24 /도쿄(일본)=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김동현 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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