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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스케치]베트남, 밤새도록 스즈키컵 우승 향기에 취했다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정말 식상한 표현이지만,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처럼 '축구의 밤'을 보낸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1-0으로 꺾었다. 1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던 베트남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동남아 월드컵'이었지만, 열기는 대단했다. 경기장에는 4만 관중석이 작은 틈 없이 메워졌다. 난간에 서서 보는 인원까지 모두가 축구로 뭉쳤다.

경기 종료 후에는 그야말로 광란이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 일부 관중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가 선수들을 안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역사적인 현장을 함께 나눴다. 경비원이 제지하기에는 우승에 대한 환호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경기장 밖 광장은 축제의 한 판이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자동차 위에 올라 북을 두드리며 "베트남~"을 외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지게차 위에 올라가서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 팬들이 따라 하는 방식이었다.

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량으로 가득했다. 경기장에서 인근 한인 밀집 지역인 경남 랜드마크 건물까지 약 2km에 달하는 길에는 차량이 경적을 울리고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멈춰 있었다. 길이 좁아지는 병목 현상도 있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길가에 앉아 맥주와 차를 즐기며 흥을 돋우는 모습도 보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우승이라는 기쁨은 똑같았다. 일부는 홍염을 터뜨리며 응원을 주도했다. 주로 10~20대 팬들이 분위기를 만들었고 30~50대 팬들은 박수를 치며 공동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태극기는 박 감독을 위한 일종의 선물이었다. 거리 곳곳에 태극기가 빠지지 않았다. 경기장 인근을 벗어나 호안끼엠 호수 방향으로 나오니 역시 흥겨움을 분출하는 팬들로 가득했다.

팬들은 중앙분리대에 서서 지나가는 차량의 승객들과 손바닥을 마주치는 등 함께 즐겼다.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가 지나서도 환호성과 오토바이의 경적이 계속 울렸다. 거리를 걸으며 우승의 감정을 포효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노이는 물론 호치민, 다낭 등 주요 도시의 분위기는 똑같았다. 호치민에서는 번화가에 대형 스크린을 세워 응원했고 경기 종료 후 축제가 벌어졌다고 한다.

베트남 국영방송 VTV는 자정을 지나 새벽 내내 경기 중계를 방송했다. 월드컵 우승이 아니었지만, 동남아 최강자가 됐다는 의미로 본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는 방송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 축구가 잠시 밀려나는 하루였다.

조이뉴스24 하노이(베트남)=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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