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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코멘트]박항서 감독 "영웅? 아니다…축구 지도자로 평범하게 사는 게 목표"


[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해 냈구나 싶더라고요."

지난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 후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2018 아세안 축구연맹(AFF) 챔피언십 스즈키컵은 박항서(59) 감독에게 가장 큰 부담 중 하나였다. 스즈키컵 결승 진출, 나아가 우승은 베트남 축구의 지상 목표였다.

16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베트남 축구협회(VFF)에서 한국 취재진과 기자회견에 응한 박 감독은 "경기 중에는 이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끝나니 우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더라. '해냈구나' 싶더라"며 가볍게 웃었다.

종료 호각이 울림과 동시에 박 감독은 옆에 있던 이영진(55) 코치를 안아줬다. 이 코치와는 오랜 시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단다. 박 감독은 "얼굴만 봐도 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이 있었다. 마지막 결정이 어려울 때가 있다. 주로 마지막은 둘이서 결정한다. 이 코치는 감독 경험도 있다. 사실 고민에 빠지면 부딪히는 부분도 있다.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항상 가능성을 갖고 간다"며 치열한 논의의 결과가 우승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동석한 이 코치도 "나는 코치로서 일 잘하게 도왔을 뿐이다. 지금까지 좋은 결과에 만족한다. 다음 대회도 마찬가지다. 어제 안아준 순간에 무슨 의미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뿌듯했다. 도와줬다는 생각에 만족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냥 좋지는 않았단다. 20일부터 2019 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20일부터 아시안컵 준비에 들어간다. 쉴 시간 없이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다. 일하면 열심히 해야 한다. 휴식도 필요하다. 코치들에게는 행사가 있건 없건 쉬라고 했다. 재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우승했다는 여유를 느낄 것 없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예정된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은 D조 이란, 이라크, 예멘과 속해 있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컵에 나서는 베트남은 조별리그 통과가 목표지만, 스즈키컵과 비교해 신경을 덜 쓰는 측면이 있어 박 감독이나 이 코치 입장에서도 고민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박 감독도 "스즈키컵 비중은 정말 컸다. 동남아 국가 자존심이 걸려 있어서 그렇게 생각들 하더라. 사실 베트남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협회 분위기를 보면 회장이 이번에 12월 8일에 새로운 인물이 선임됐다. 새롭게 아시안컵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이번에 경쟁력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평균 나이가 23.5세 정도 되니까 부딪히면서 그런 경험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본다"며 일단 비관론을 딛고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베트남인들은 박 감독의 열정적인 모습과 솔직한 행동을 좋아한다. 세리머니만 따로 편집해 올려놓은 동영상들이 많다. 박 감독은 "아들도 세리머니를 바꾸라더라. 기획된 것을 못 한다. 성격상 연출을 못한다. 지도자를 하면서 우승을 결정짓는 결승골이 평생 최고의 행복이지 않겠는가 싶더라. 느낀 그대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을 두고 민간외교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호치민, 보 구엔 지압 장군과 더불어 3대 영웅으로 꼽힌다는 베트남 내 보도도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영웅은 아니다. 지도자다. 축구를 해서 타국에서 좋은 결실 보고 있을 뿐이다. 지도자로 평범하게 살고 싶다. 축구로 인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만큼 돌려줘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래도 한국과 베트남 사이 가교 역할을 축구를 통해서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박 감독은 "나는 축구 지도자다.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다. 축구를 통해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그런 측면에서 정치적, 경제적인 도움이 된다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정치, 경제적 역할은 모르겠고 축구에만 집중한다. 정치 그런 것은 관심 없다. 열심히 해서 (양국 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조이뉴스24 하노이(베트남)=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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