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윤세아에게 'SKY 캐슬'은 통쾌한 작품이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하며 명실공히 최고의 화제작이 됐고, 그 중심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던 여성 배우들이 있었다. 40대 여성 배우들에게 흔치 않은 아이돌급 인기를 가져다 준 드라마이자, 다시 한 번 이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확인시켜준 작품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제작 HB엔터테인먼트, 드라마하우스)에서 윤세아는 노승혜 역을 연기했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윤세아가 연기한 노승혜는 우아한 외모와 고상한 말투를 갖춘 로열패밀리형 엄마였다. 순종적인듯 보이는 승혜는 성적만능주의적 교육관을 설파하는 남편 차민혁(김병철 분)과 이에 동조하지 않는 세 자녀 세리(박유나 분), 서준(김동희 분), 기준(조병규 분)의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을 가르쳐주고자 강단 있는 선택을 하는 인물이다.
1%대의 시청률로 출발해 꾸준한 인기 상승세를 기록한 'SKY 캐슬'은 역대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 돌파에 이어 tvN '도깨비'를 제치고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까지 갈아 치우며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다. 마지막회는 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KY 캐슬'의 인기를 언급하며 배우가 생각하는 인기 요인이 무엇인지 묻자 윤세아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있다는 게 제일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모든 배역이 이해가 되지 않나. 이해가 되고 내 모습 같았다는 점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 아닐까"라고 답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면 찔리는 면이 있지 않나. 한서진(염정아 분)이 이수임(이태란 분)에게 '애도 안 낳아본 게'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보고 있는 내가 마음이 찔린 적이 있다"며 "그런 것들이 하나 하나 쌓이고 깊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Y 캐슬'을 통해 제가 가진 능력, 가진 것에 비해 훨씬 더 크게 조명받고 있어요. 너무 예쁘게, 곱게 포장해주신 것 같아 배우로서 더 책임감이 생기고요. 더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에게 힘을 많이 준 드라마였어요."
극 중 법대 교수이자 고집불통의 성적 지상주의자 남편 차민혁 역은 개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 김병철이 연기했다. 윤세아와 김병철은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부터 폭소를 유발하는 돌발 상황, 차오르는 분노를 분출하게 되는 장면까지 다채로운 신에서 연기 호흡을 나눴다. 최종회에서 가족의 빈자리를 느끼며 각성하는 민혁, 그를 다시 사랑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승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윤세아는 "김병철의 연기는 나도 익히 봐 왔다"며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기대가 컸는데 실제 만나뵈니 굉장히 진중하고 온화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연기를 준비하면서도 재밌었다. 함께 왈츠도 배워야 해서 사전에 10회 정도 만났다. 9월부터 호흡을 맞춘 다른 부부들과 달리 우리는 뒤늦게 합류한 부부였다"고 덧붙였다.
"합류하기 전 함께 다른 배우들의 소식만 무성히 들었죠. '이 부부가 연기 합이 좋다더라' 하면서요. 그러면서 둘이 너무 외로워져 만나서 대본도 맞춰보고 작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요. 승혜와 민혁 두 사람이 왜 붙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요. 대본 상 초반에 우리 부부는 진짜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야기를 그려나가기 위해선) '사랑하지 않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기하며 불편한 점은 없는지 물어봐준 덕에 마음도 편했어요. 제가 편히 연기할 수 있게 본인이 열정적으로 연기해줬죠. 화면에 걸리든, 그렇지 않든 어떤 상황에서도요. 그 모습에 제가 감화됐어요."
김병철의 빼어난 연기를 보며 차민혁의 주장에 설득될 뻔한 순간도 많았다는 것이 윤세아의 고백익다. 그는 "연기를 너무 잘 하시니 내가 되려 연기로 설득당하게 될 것 같더라"며 "'남편의 말을 들어야지' '안 들으면 어리석은 거구나'라고 설득될 뻔 했지만 승혜는 그러면 안 되니 버텼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런 긴장감이 좋아 장면들이 빛이 났고 내가 '별빛승혜'라는 별명도 얻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며 "승혜가 집을 나간 뒤 민혁이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짠하고 애처롭더라. 정말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승혜는 '하버드생 사칭 사건'으로 캐슬을 발칵 뒤집어놓은 뒤 클럽의 MD가 돼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 장녀 세리, 뛰어난 우등생은 아니지만 엄마를 누구보다 믿고 사랑하는 두 쌍둥이 아들과 함께하는 엄마다. 승혜는 아빠의 고집에 희생당해 온 아이들을 애틋하게 여긴다. 실제 윤세아는 어떤 딸이었는지도 궁금했다.
"저도 그렇게 착한 딸은 아니었어요. 순하거나 다소곳하지는 않았죠. 아버지가 가정적이면서도 엄격한 분이라 밤 9시부터 10분 마다 전화해 통금을 알리셨어요. 연극영화과 학생인데, 그걸 어떻게 지키고 살겠어요. 그 싸움 사이에서 엄마가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싶어요. 노승혜에게서 제 엄마를, 세리에게서 제 모습을 많이 봤어요. 속을 썩이고 싶진 않았지만 많이 썩였죠. 세리처럼 옷을 갈아입고 클럽에 가진 않았어도 쫄바지에 짧은 상의를 갈아입은 채 재즈학원에 다녔어요. 세리의 이야기가 방송된 후 바로 옆동에 사시는 엄마가 괜히 저희 집에 오셨어요. 말은 안 해도, 끌어안고 서로 다독였죠.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엄마가 널 기다렸던 그 정자 기억하니?'(웃음)"
'SKY 캐슬'의 인기 이후, 윤세아에겐 SNS에 찾아와 뜨거운 응원을 전해주는 팬들이 많이 생겼다. 극 중 배역에는 '별빛승혜'라는 애칭도 붙었다. 윤세아는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내 인생 가장 큰 선물 아닌가"라며 "꿈도 꾸지 않았는데, '빛승혜'가 웬 말이냐"라고 말하며 행복하게 웃어보였다.
"민망하기도 하지만 이제 뻔뻔해져서 그런 반응을 누릴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아요. 너무 예쁘지 않아요? '별빛승혜' '빛승혜' 라니오. 너무 좋아요.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SNS를 보면 '엄마 삼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요. 때론 예능 프로그램에서 춤을 췄던 영상이 많이 올라와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구나. 정말 열심히 살았네' 싶고요. 노승혜는 너무 차분하고 얌전하잖아요. 그래서 예능 속 그런 모습이 색다르게 부각된 것 같아요. 시키면 몸이 움직이는데 어쩌겠어요. 기운이 빠질 때를 기다려야죠, 뭐.(웃음)"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SKY 캐슬'은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했다. 윤세아는 드라마의 기록적 인기에 대해 "너무 좋다. 큰 일을 해 낸 통쾌한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이어 "'SKY 캐슬'처럼 여성 배우들이 주축이 되는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영화 '궁녀' 때도 그런 것을 느꼈는데, 이번에도 '난 참 복이 많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많은 여배우들이 'SKY 캐슬'을 언급하고 있고,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니 행복해요. 이런 소재가 드라마로 충분히 흥미롭게 완성될 수 있다는 걸 'SKY 캐슬'이 명쾌하게 통쾌하게 알려준 것 같고요."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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