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투수 보크로 결승점이 나는 흔치 않은 장면이 나왔다.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10일 서울 잠실구장. 5-5 동점 상황 8회초 삼성공격.
선두 구자욱이 좌익수 옆 2루타로 분위기를 달궜다. 후속 이원석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다린 러프 타석 때 마운드 위의 LG 투수 정우영의 폭투가 나오면서 구자욱은 3루에 진출했다.
러프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삼성의 기회가 무산되는 듯했으나 예상치 못한 장면이 이어서 나왔다.
우타석의 김헌곤을 두고 볼카운트 1-1에서 투구하던 정우영이 딜리버리 도중 갑자기 공을 뿌리지 못한 것. 구심은 지체없이 보크를 선언했고, 구자욱은 유유히 홈으로 귀환했다.
안타나 실책, 희생플라이가 아닌 투수 보크로 점수가 난 희귀한 장면이었다. 정우영이 공을 던지지 못하고 셰도우 투구하듯 팔만 휘두르다 멈춘 이유는 밸런스가 갑자기 무너졌기 때문.
사이드암인 정우영은 조심스럽게 왼 다리를 들어 홈플레이트 쪽으로 회전하려는 순간 왼 발이 마운드 바닥에 의도치 않게 스치면서 순간적으로 투구 밸런스를 잃었다. 투구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공을 던질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공을 놓지 못했고, 구자욱의 자동 득점이 인정된 것이다.
구자욱과 삼성으로선 행운이, 반대로 정우영과 LG에겐 허망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점수는 삼성이 6-5 승리를 확정하는 결승점이 됐다. 두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길리게 된 계기였다.
서울고 출신으로 올해 2차 2라운드로 LG에 입단한 신인 정우영은 신장 193㎝에 걸맞는 무척 긴 다리의 소유자. 하지만 이날 8회에는 긴 다리가 마운드에 '갑자기' 걸리면서 보크의 원인이 됐고, 이는 곧바로 승패로 직결됐다.
이날 하루만은 롱다리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정우영과 LG였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 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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