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 제작진이 뭉쳤고 남자 주인공은 정해인이다. '밥 잘사주는 예쁜 누나'의 출연진들이 '역할만 바꿔' 곳곳에 포진됐다. 오랜 연인과의 결혼 갈등, '결혼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까지 익숙한 소재와 캐릭터들, 여기에 안판석 감독 특유의 색감까지 더해졌다.
시작부터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이하 밥누나)'와 비교선상에 놓였던 '봄밤'. 첫방송 후 '밥누나 시즌2가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지민X정해인은 분명 또다른 멜로 결을 만들어내며 '닮은 듯 다른'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안판석 감독과 김은 작가의 의기투합, 한지민과 정해인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이 22일 첫방송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랜 연인과 감흥 없이 관계를 이어나가던 도서관 사서 이정인(한지민 분)과 홀로 아들을 키우는 약사 유지호(정해인 분)의 첫만남이 그려졌다.
이정인은 약국에서 해장약을 먹고 나서야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정인이 전화번호를 주겠다고 말하자 되려 자신의 번호를 읊던 유지호의 곧은 눈빛, 그 번호를 저도 모르게 외워버린 이정인의 모습이 은근한 기류를 형성했다.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자꾸만 그를 신경쓰던 이정인은 답을 기다리다 결국 약국으로 한 발자국 전진했다. 유지호는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한 번 더 보려구요"라며 직구로 관심을 표했다. 고요하던 마음에 작지만 분명한 파동이 일어난 두 사람은 눈이 내리는 날 재회했다. 이정인은 결혼할 사람이 있다는 말을, 유지호는 아이가 있다고 고백해 보다 솔직한 자신의 상황을 밝혔다. 정인은 '친구'의 관계를 제안했지만 정인은 편할 자신이 없다며 이를 거절하면서 두 남녀의 현실적이고도 묘한 관계 정리의 여운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실에 부닥쳐 그대로 끝날 줄 알았던 이정인과 유지호의 인연은 뜻밖의 농구 경기장에서 이어졌다. 그곳에 유지호가 권기석의 대학 후배로서 함께 경기를 뛰고 있었던 것. 서로를 발견한 이정인과 유지호는 마주친 시선을 피했지만 이내 이끌리듯 눈빛이 향했다.
'봄밤' 첫방송 후 수많은 시청자들은 '밥누나'를 소환했다. 그도 그럴 것이 30대의 연애와 결혼이라는 소재, 안판석 PD의 연출, 서정성 짙은 배경 음악, 출연진 등이 '밥누나'와 겹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남자주인공 정해인은 차치하더라도 길해연, 김창환, 주민경, 서정연 등 '밥누나' 출연진들이 역할만 바꿔 대거 출연했다. '밥누나'에서 손예진의 부모 역할을 맡았던 길해연은 한지민의 엄마로, 김창환은 이번엔 김준한의 아버지로 나온다. 손예진의 직장 동료였던 주민경은 한지민의 동생이 됐고, 손예진의 상사였던 서정연은 정해인의 동료 약사로 분했다.
30대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가치관 고민은 '봄밤'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무미건조한 관계를 지속 중인 오랜 연인, 사회적 위신을 강조하며 결혼을 강요하는 부모님 등도 익숙한 그림이다.
방송이 끝난 후 '정해인의 아들은 손예진의 아들인거냐'는 우스개 섞인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두 드라마는 겹치는 지점이 많았다.
물론 이같은 반응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정해인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소화했고, 안판석 감독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을 담백하고 섬세하게 포착했다. 현실적이면서도 예리하고, 감성을 파고드는 박은 작가의 대사들, 몽글몽글한 설렘을 피어내는 음악들 또한 '봄밤'의 서정성을 가득 담아냈다.
'밥누나'와 가장 크게 다른 지점은 배우 한지민과 정해인이 만들어내는 멜로의 결이다. 따스하고 부드럽지만 직설적이고 승부욕 강한 남자,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치를 둔 여자 이정인. 두 사람은 고요한 일상에 불현듯 찾아온 감정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 변화와 고민들, 그리고 현실 연애는 '밥누나'를 지우고 '봄밤'에 집중하게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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