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바둑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이는 유일하게 기대던 스승마저 잃고 홀로 살아남아 세상을 향한 복수를 계획한다. 자신을 사지로 내몬 냉혹한 내기 바둑판으로 뛰어든 것. 전국을 돌아다니며 귀신 같이 바둑을 두는 자들과 사활을 건 대결을 펼친다.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은 2014년 356만 관객을 동원한 '신의 한 수'의 15년 전 귀수(권상우 분)의 이야기를 다룬 스핀오프 범죄 액션 영화다. '신의 한 수'에서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태석(정우성 분)은 벽을 사이에 두고 한 남자와 바둑을 뒀다. 태석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그 남자가 바로 귀수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 바둑에 남다른 재능이 있던 아이는 비극적인 가족사, 특히 누나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스승 허일도(김성균 분) 아래에서 바둑의 고수로 성장한다. 허일도가 알려준 똥선생(김희원 분)을 찾아간 그는 전국을 돌며 바둑 도장깨기를 하고, 마침내 진짜 원수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마치 106분 동안 무협 만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귀수는 첫 등장부터 거꾸로 매달려 바둑을 둔다. 당연히 CG나 와이어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판타지적인 장면이다. 권상우는 "CG와 와이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다 해낸 장면"이라며 뿌듯해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연기였고, 이는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앞으로 펼쳐질 귀수의 짜릿하고 통쾌한 바둑 도장깨기를 기대케 만든다.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귀수가 만나는 모든 캐릭터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남다른 존재감을 뿜어낸다. 귀수의 스승인 허일도(김성균), 관전바둑의 대가 똥선생(김희원), 악랄한 부산잡초(허성태), 바둑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외톨이(우도환), 신들린 바둑을 두는 장성무당(원현준) 등 각각의 개성이 살아 숨 쉬는 동시에 배우들은 완벽한 호흡으로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귀수가 고수들과 펼치는 대국은 그 자체로 스릴 넘친다. 분명 귀수가 이길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이겼을 때의 쾌감이 크게 다가온다. 각 캐릭터마다 다른 대국 스타일 역시 흥미롭다. 사활 바둑, 관전 바둑, 맹기 바둑, 판돈 바둑, 사석 바둑, 신들린 바둑까지 6인 6색을 만날 수 있다. 또 한 색깔의 바둑돌로만 대국을 두는 일색 바둑, 1대 다수의 바둑 대국을 벌이는 다면기 바둑 등 다양한 경기 방식으로 보는 재미를 높인다.
영화 속 모든 대국은 김선호 바둑 기사가 판을 짜고, 약 30명의 전문 바둑 기사에게 검증을 받은 기보가 바탕이 됐다. 물론 바둑을 잘 모른다고 해도 영화를 보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귀수가 상대와 벌이는 숨 막히는 심리전으로,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무엇보다 권상우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가 일품이다. 그는 귀수 역을 위해 3개월간의 고강도 액션 연습과 8kg 체중 감량을 했다. 대국뿐만 아니라 액션 역시 스타일이 모두 다르지만, 권상우는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 전체를 지배한다. 누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평생 간직하고 살아온 귀수의 감정도 깊이 있게 연기해냈다. "연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작품"이라고 했던 권상우의 자신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11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06분. 15세이상관람가.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