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한복장인' 박술녀가 55년 만에 인생의 스승을 만나 눈물을 쏟았다.
7일 방송된 KBS 1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박술녀는 지금의 '한복장인'을 있게 한 세 스승으로, 강인한 어머니와 지독한 가난, 그리고 유일한 학창시절인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을 꼽았다. 그는 장선 초등학교 1~2학년 담임 김영분 선생님을 찾아달라고 사연을 의뢰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복디자이너 박술녀는 "죽을 때까지 못 잊는 스승이 있다. 첫번째 스승은 어머니, 두 번째 스승은 가난, 마지막 스승은 초등학교 시절 유일하게 기억에 있는 김영분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대한 기억은 1,2학년이 전부다. 초등학교가 최종 학력이지만 유일한 기억 속의 소중한 선생님이다. 학교를 안 가면 나를 찾으러 오던 선생님이다. 아버지는 농사, 어머니는 생선 장수를 했다. 우리가 7남매인데, 열명이 대가족이었다. 배가 고파서 학교 가기 싫었다"라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박술녀 디자이너는 '지금껏 선생님을 찾지 뵙지 못했던 이유'를 묻자 "선뜻 찾을 수 없었던 것은 가난했던 기절을 되뇌이는 것이 힘들었다. 지금 너무 걱정스러운 건 제가 지금 예순 셋이다. 어머니 연세와 비슷할 것이다. 80세가 넘었을 것 같은데 걱강하실까 걱정이 된다"라고 말했다. 오랜 꿈을 이룰 수 있게 곁에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는 9년 전 86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박술녀는 "가난하면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원인불명의 이유로 시각장애인으로 살았다. 예전에 살길이 막막하니까 남의 집에 아기 낳아주러 갔는데 아들을 못 낳고 딸을 두 명 낳았다. 우리 어머니와 이모인데, 쫓겨났다. 친정 어머니도 공부를 못했고, 서당 옆에서 글 읽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라며 한 많고 상처 많았던 어머니와 가난을 떠올렸다.
박술녀는 밥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굶주렸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인생의 유일한 학창시절인 초등학교 시절조차 형편 때문에 틈만 나면 학교에 가지 않았던 것을 고백했다.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혼날까 두려웠던 것은 물론, 가난 때문에 의기소침해져 온갖 핑계를 대며 학교에 나가지 않았던 것. 잦은 결석으로 교우관계까지 끊겼던 박술녀는 친구들과 겉돌게 되면서 더욱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았다는 속마음을 내비쳤다.
초등학교 2학년 당시,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박술녀를 걱정해 집으로 찾아왔던 유일한 사람이 바로 김영분 선생님이다. 갑작스러운 선생님의 가정방문에 깜짝 놀란 박술녀는 뒷간에 숨어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김영분 선생님을 몰래 지켜봐야만 했던 56년 전의 일화를 떠올렸다. 더불어 가난한 형편의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만 알았던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술녀가 똑똑해 공부를 잘하니, 꼭 학교에 보내 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김영분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박술녀와 마찬가지로 가난으로 인해 학업의 끈을 잡지 못한 것이 한으로 남은 탓에 박술녀만큼은 학업에 열중하길 바랐다는 어머니. 하지만 10식구가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형편 때문에 박술녀는 공부보다는 밥벌이를 선택했고, 결국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박술녀는 자신이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던 사실을 어머니가 항상 가슴 아파했다고 전했다.
박술녀는 살아생전 김영분 선생님의 이야기를 많이 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유일한 스승이자 자신을 바른길로 이끌어주려고 했던 김영분 선생님이 더욱 자주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술녀가 초등학생이던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김영분 선생님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56년이 지난 현재 80세를 훌쩍 넘어 선생님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 박술녀는 "김영분 선생님에게 뭔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나를 찾아온 유일한 스승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박술녀는 건강한 모습의 86세 김영분 선생님을 만나 손을 꼭 맞잡았다. 김영분은 "이런 제자를 뒀다는 게 나는 자랑스럽다. 보고 싶었다. 감격스럽다"라고 했고 박술녀는 "다행이다. 건강해서"라며 눈물을 쏟았다. 두 사람은 55년 전 추억을 이야기 하며 행복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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