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부부의 세계'가 단 2회 만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안방을 집어삼켰다.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가 뜨거운 호평 속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완벽했던 세계가 모두의 기만과 거짓 위에 세워진 허상임을 깨닫는 순간까지 거짓과 진실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극강의 흡입력을 선사했다.
작은 의심에서 피어나 평온했던 일상을 뒤흔든 극단의 감정들을 예리하게 풀어낸 배우들의 열연,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는 모완일 감독의 연출은 부부의 민낯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시청자 반응도 가히 폭발적이다.
시청률은 단 2회 만에 11%(전국 10%, 수도권 11%/닐슨 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했고,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화제성 지수(3월 23일부터 3월 29일까지)에서는 지상파를 포함한 드라마 1위, 비드라마를 합친 방송 종합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지수 역시 김희애가 1위, 박해준이 3위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과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탄탄한 대본과 집요하게 감정을 좇는 모완일 감독의 연출이 극적인 감정의 파고를 만들어냈다.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전개 속에서 배신과 사랑, 신뢰와 기만으로 서로를 겨누는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감정선과 치밀한 심리묘사도 완벽했다.
그 중심에는 김희애의 열연이 있었다. 완벽한 행복을 누리다 지옥 같은 배신을 맛보게 된 지선우의 감정들을 생생한 에너지와 치열한 묘사로 납득시켰다. 차갑게 불행을 직시하다가도 절절한 절망에 사로잡힌 지선우의 혼란조차 김희애는 현실적으로 이입시켰다. 밑바닥에서 더 밑바닥으로, 깊은 감정을 파고드는 연기로 왜 김희애여야만 했는지 증명은 끝났다.
방송 이후 원작 '닥터 포스터'가 방영된 BBC에서도 찬사를 보냈다. BBC 스튜디오 프로듀서 찰스 해리슨(Charles Harrison)은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모르겠다. 매우 인상적이고 설득력 있는 작품"이라며 "이 작품의 성공은 김희애 캐스팅에 있는 것 같다. 탁월한 연기로 자신의 세계가 거짓이라는 것을 서서히 깨닫는 한 여성의 모습을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며, 최고 반전의 엔딩까지 이끌어갔다. 특히 냉담함과 따뜻함의 균형을 잡는 연기력이 압권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극적으로 요동치는 지선우의 감정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낸 김희애의 '숨멎 모먼트'를 짚어봤다.
#. 머리카락 한 올에서 시작된 불안과 의심, 사소한 균열이 일으킨 파국의 서막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던 지선우의 세계는 머리카락 한 올로 치명적인 균열을 시작했다. "신경과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을 머리카락 한 올이었지만, 완벽한 캔버스 위에 튀어버린 작은 오점을 지선우는 지나칠 수 없었다. 빈틈없는 사랑이었기에 사소한 균열은 더 큰 소용돌이가 되어 지선우를 집어삼켰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는 행동으로 드러났다. 자신을 검열하면서도 정신없이 이태오의 뒤를 쫓았고, 강박증 환자 하동식(김종태 분)과 비슷한 자신의 상태에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진실을 확인하고 싶지만, 누구보다 의심이 거짓이길 바라는 복잡한 내면을 촘촘하게 풀어내는 김희애의 내공 덕분에 감정의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 지선우를 집어삼킨 배신의 실체, 거짓 위에 쌓은 행복이라는 모래성
지선우가 맞닥뜨린 진실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삶을 집어삼켰다. 완벽한 남편과 가정, 지역사회에서의 견고한 위치, 친구들의 든든한 지지까지, 지선우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다. 이태오는 배신했고, 친구들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지선우를 속이며 기만했다. 심지어 제 발로 병원을 찾아온 여다경(한소희 분)의 임신을 눈앞에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쉽사리 관계를 깰 결심을 하지 못한 지선우는 참을 수 없는 절망과 참담함에도 그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서 있어야 했다. 단단하리라 확신했던 행복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흩어진 모래성은 늪이 되어 지선우의 발을 옥죄어 왔다. 눈덩이처럼 몸집을 키우는 배신에 집어 삼켜진 지선우의 무력감이 절망의 깊이를 더했다.
#. 행복의 파편들을 맨발로 밟고 선 지선우, 복수의 칼날 빼 들었다
사랑이라는 약한 고리로 맺은 부부의 인연이지만 배신을 당했다고 쉽게 관계의 고리를 끊어내기는 어려웠다. 부부라는 관계가 주는 안정감이든, 아빠를 유독 따르는 아들 이준영(전진서 분) 때문이든, 고민하던 지선우는 마지막까지 감정을 억누르며 이태오에게 기회의 손을 내밀었다. 자존심까지 내려놓고 "당신 여자 있지?"라고. 솔직하길 원했던 지선우의 용기에 이태오는 "나한테 여자 지선우 하나뿐이다"라며 기만으로 응수했다.
거짓으로 돌아온 진심, 배신으로 돌아온 사랑에 지선우는 복수를 선택했다. 뜨겁게 날뛰던 감정을 순간 냉각시킨 지선우는 설명숙(채국희 분)을 이용해 여다경의 임신을 알리고 허둥지둥 뛰어나가는 이태오의 당황을 차분하게 바라봤다. 어떤 선택도 못 하며 조각난 행복의 파편 위에서 맨발로 피를 철철 흘리던 지선우가 날카로운 파편을 꺼내 들고 이태오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절망과 좌절, 불안과 의심을 가라앉히고 냉철하고 뜨겁게 불행의 태풍 안으로 뛰어든 지선우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