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영어의 동사를 비교해 보자. '모자를 쓰다, 옷을 입다, 장갑을 끼다, 신발을 신다, 향수를 뿌리다'와 같이 한국어는 아이템에 따라서 모두 다른 동사들을 쓴다.
반면, 영어의 경우 'wear a hat/ clothes/ gloves/ shoes'와 같이 wear는 호환성이 좋은 단어다.
마를린 먼로(Marilyn Monroe)의 어록 중 "What do you wear to bed?"라는 질문에 "I wear Chanel No.5."라고 했듯 wear는 향수와도 사용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말의 '타다'는 '밥이 타다, 놀이기구를 타다, 유행을 타다'와 같이 단어의 어울림을 공부하기가 쉽지 않아 심지어 '속'도 탄다. 영어는 eat food, drink water, take medicine, chew gums와 같이 먹는 대상에 따라 다양한 동사를 써야 하는 반면 우리말은 '음식/물/약/껌 먹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욕과 귀도 먹을 수 있다.
입을(wear) 수 있는 것들을 옷과 안경으로 좁혀 보자. 요즘 마스크를 챙기기 바쁘지만 한 낮의 강렬한 햇볕이 멋내기 필수품인 선글라스를 생각나게 한다.
안경을 glasses라고 해서 sunglasses라는 표현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선글라스'를 줄여 우리는 '썬그리'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쓴다. 영어는 선글라스 보다 '그늘'이라는 의미를 지닌 '쉐이드(shades)'를 더욱 많이 사용한다. 역시 영어는 수(數)에 민감한 언어 이므로 glass라고 하면 유리잔 혹은 유리를 뜻하므로 안경은 'shades, sunglasses'처럼 복수형을 써야 한다.
선글라스 종류는 그 생긴 모양에 따라 명칭이 다양하다. 활(bow)처럼 휘어진 프레임(frame)때문에 우리는 '보잉 선글라스'(bowing sunglasses)라고 하지만 영어는 비행조종사들이 쓰기 시작한 것에 유래해 'aviator'라도 한다. 또한 동그란 모양의 안경은 영화 '레옹(Leon)'의 주연배우가 착용해 '레옹 안경'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영어는 다소 심심한 감이 있는 'round glasses'를 사용한다. 고양이 눈처럼 끝부분이 살짝 올라간 안경을 '캣 아이 선글라스(cat eye sunglasses)'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리말과 영어가 같다.
'한껏 멋을 내다', '멋 부리다', '치장하다'와 같이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단순히 wear로 하기엔 심심할 때 don나 sport를 사용하면 된다. "She is donning a beautiful dress.(그녀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다.)", "She is sporting a T-shirt with the company's log on it.(그녀는 회사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입고 있다.)"와 같이 don은 의류에 사용하며 sport는 wear와 같이 모든 것과 사용이 가능하다.
"She is sporting aviator sunglasses.(그녀는 보잉 선글라스로 멋을 내고 있다.)" 또한 추가로 slip into라는 표현도 있다. 몸이 옷에 빠르게 미끄러져 들어간다고 해서 '미끄러지다(slip)'라는 표현을 쓴다. "I’ll slip into something comfortable.(좀더 편한 옷으로 빨리 입고 올게.)"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속이 많이 탔지만 그래도 선글라스를 부르는 봄이 어느새 와 슬쩍(slip) 와 있다.
◇조수진 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영어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현재 중국 청도대원학교 국제부 영어 교사와 '조수진의 토익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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