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주 1회, 12주간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1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휴식기에 돌입했다. 시즌2는 올 연말 제작에 들어가 2021년 상반기 방송이 될 예정. 하지만 연출가와 작가는 대본 작업을 하고, 새롭게 투입이 될 역할 캐스팅 작업으로 휴식기마저 바쁘게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신원호 감독에게 시즌1을 끝낸 소감과 시즌2의 밑그림 일부를 들어봤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8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 열린 결말로 시즌1이 종영됐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조정석과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이 의대 동기 5인방을 맡아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에 부합하듯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첫 방송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동시에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14.1%, 최고 16.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의대 5인방 '99즈'가 결성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의 합주곡은 공개될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았고, OST는 음원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다. 특히 조정석의 '아로하'와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신원호 감독은 이 같은 밴드 설정을 넣은 이유에 대해 "다섯 명이 그저 같은 과를 나온 사이가 아닌 그 이상의 이들을 묶어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공식 동아리까진 아니지만 같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밴드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밴드나 음악, 뮤지션이라는 소재가 그간 극에서 소비되어온 방식이 폼 잡아 오그라드는 느낌이 많았던지라, 사전에 드러나면 괜한 선입견(마치 폼 잡는 듯한)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많았고, 사전에 절대 오픈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며 "그리고 어차피 밴드를 할 거면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싶었다. 핸드씽크로 가짜 연주가 되면 더욱더 오그라들 테니 진짜로 연주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한 회당 한 곡씩은 반드시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도록 하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할 거면 정말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시청자들에게 얻은 뜨거운 인기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 못했다"고 밝힌 신원호 감독은 "'응답하라 1988'의 경우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이번에는 그 정도 혹은 그 이상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전업 가수가 아닌 배우가 부른 거고, 잠깐 화제 되고 잠깐 사랑 받을 줄 알았는데 이리 오래 사랑해주실지 몰랐다. 감사드린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극 속에서 티격태격 절친 케미를 보여주던 '99즈'는 실제로도 '찐 우정'을 발산했다. 촬영 외 따로 모여 밴드 연습을 하면서 그 누구보다 친해졌고, 이는 메이킹 영상에도 고스란히 담겨 눈길을 모았다.
신원호 감독은 "아무리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들이 정말 친한지는 화면 너머까지도 다 보인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7' 때부터 주요 출연진들을 친하게 만드는 사전작업들을 했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역시 촬영 전에 이미 모두 친해졌다"며 "제가 선생님 아닌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97' 때부터 현장에서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99즈'도 자기들끼리 너무 신나 하더라. 그래서 말은 시끄럽다고 해도 고마웠다"고 '99즈'의 절친 케미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래서 더 좋아해 주신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개개인에 대한 만족도도 물론이지만, 5명이 진짜 절친들처럼 잘 지내준 부분도 '캐스팅을 잘 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이다"라고 덧붙였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역시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의사들을 둘러싼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특히 5인방 중 홍일점인 채송화(전미도 분)는 이익준(조정석 분)과 안치홍(김준한 분)과 삼각 로맨스를 형성하며 러브라인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하지만 극 말미 속초 분원으로 떠난 송화는 치홍 뿐만 아니라 익준의 고백에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화를 연기한 전미도 역시 "대본에는 끝까지 '당황한다'는 지문만 있었다. 저 또한 송화의 마음이 궁금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신원호 감독은 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1과 시즌2에서 다뤄질 국면들을 나눠야 했다. 미리 다 보여주면 드라마를 물리적으로 12씩 나눠서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즌제를 위해서는 각 시즌이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근간은 같으면서도, 그 외의 포인트는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다. 채송화의 마음도 '그 외의' 포인트에 포함될 수 있는 지점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드라마는 멜로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멜로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과 같았으면 이익준이 부인의 바람을 알고 난 뒤 괴로워해야 하지만, 이익준에게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사망한 환자가 있다. 그런 상황들이 맞물렸을 때 아무도 이혼한 걸 모르면서 일을 덤덤히 해결해나가는 것들이 더 페이소스가 느껴지고, 작법상으로도 멋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실제 우리들도 이별하고 나와서 일하고, 오늘을 살아가지 않나. 특히 의사 같은 전문직은 내 앞에 환자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삶에 멜로가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멜로에 집중해서 보면 캐릭터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결정적으로는 극 중 채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진 않지 않나. 전 연애에 대한 상처 등의 이유로 채송화가 '내가 누굴 좋아하지?'라고 선택할 상황이 없었다"며 "시즌1 막판에 그런 상황들이 왔고, 다음 시즌에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라고 전해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신원호 감독은 "시즌제를 시도하면서 사실 시즌제 드라마임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회차는 당연히 12화다. 일정 부분 마무리가 되지만 또 다른 이야기의 서막이 오르는, 그래서 마치 다음 주에 다음 회차가 방송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12화가 시즌제가 주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며 "그래서 더더욱 중요했던 건 12화가 그저 마지막화로서 이야기를 매듭짓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늘 해왔던 이야기들이 변함없이 계속되고 앞으로도 우리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을 전해드리는 것이었다. 때문에 늘 해왔던 병원 이야기들을 마치 마지막회가 아닌 양 변함없이 담담히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 어느 에피소드보다도 산모들의 에피소드와 배냇저고리 에피소드, 송화와 윤복(조이현 분)이의 에피소드들에 더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고 시즌제를 위해 마지막회에 담아낸 의도들을 밝혔다.
시즌2 역시 주 1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신원호 감독은 마지막으로 "그간 12주간을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애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다음 시즌까지 또 기다려 주셔야 하는데 이 따뜻한 감성을 한켠에 품으시고 같이 잘 잊지 말고 기다려 주셨다가, 지루하시더라도 좀만 참으시고 별일 없으시면 내년 시즌2가 돌아왔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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