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V리그에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뒤 국내 선수 입지가 가장 좁아진 자리는 아포짓(라이트)이 꼽힌다. 그러나 올 시즌 국내 선수로 해당 포지션에서 힘을 내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대한항공 임동혁이다. 그는 제천산업고 재학 시절 부터 장신 스파이커로 주목받았다.
대학진학을 대신하고 프로 직향을 선택했다. 임동혁은 2017-18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로 대한항공에 지명됐다. 당시 그를 선택한 박기원 전 대한항공 감독은 고민하지 않았다.
박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유망주들을 선발해 진천선수촌으로 소집한 적이 있었고 임동혁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이때부터 임동혁을 눈여겨 봤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임동혁은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라이트 자리에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가 버티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비예나(스페인)가 와 주포 노릇을 했다.
임동혁은 V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브 리시브 연습도 했다. 필요에 의한 선택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은 역시 라이트다..
이런 임동혁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올 시즌 비예나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팀 전력에서 제외됐다. 박 전 감독에 이어 팀 사령탑을 맡은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도 임동혁 카드를 꺼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대한항공은 순위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고 임동혁은 비예나가 빠진 자리를 완벽하게 메웠다. 그는 정지석, 곽승석과 함께 대한항공의 토종 공격 삼각편대 한축을 든든하게 맡고 있다.
지난 1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원정 경기에서도 임동혁은 정지석과 함께 팀내 최다인 20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세트 스코어 3-1로 이겨 5연승으로 고공비행했고 1위를 굳게 지켰다.
임동혁은 현재 몸상태가 100%아니다. 손가락 부상이 있어 매경기 마다 다친 부위를 고정하기 위해 테이핑을 하고 코트로 나선다. 그러나 경기에 나가 득점을 성공하는 일은 자신에게도 흥이 넘친다.
그는 "일단 라이트라는 자리가 공격 욕심을 내야하는 곳이라 트리플 크라운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임동혁은 2m라는 큰 키를 갖고 있고 서브도 좋다. 지금처럼 충분한 출전 시간을 받는다면 달성 가능성은 크다.
임동혁은 현대캐피탈전이 끝난 뒤 현장을 찾은 취재진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 없이 홀로 나와 여동생을 뒷바라지한 어머니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운동을 하는 내게 부족한 점 없게 너무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전 감독과 산틸리 감독,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 선, 후배도 그렇지만 특히 장광균 코치에게 더 감사하다. 입단 때부터 늘 나를 챙겨줬고 격려해줬다"고 강조했다. 임동혁은 한 가지를 더 언급했다. 그는 "개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팀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 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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